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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re신소 Nov 05. 2022

우리는 사색하는 어린이입니다.

pure 하와이 스토리

2. 우리는 사색하는 어린이입니다.


"엄마, 답은 내 안에 있어요."


람람이는 해외에서 자란 아이들입니다. 이중언어를 쓰며 자연스럽게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살아온 아이들입니다. 세상을 놀이터 삼아 다양함을 인정하되 그 속에서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발견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다양성만을 습득하다 보면 본인의 색깔을 잊어버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에 자주 갑니다.


이따금 짧은 기간 한국에 머물면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을 참 많이 다녔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박물관을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소개해 주었습니다.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눈망울에서, 스펀지와 같은 아이들의 습득력에서 박물관만큼 축약적으로 세상을 보여 주는 곳도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처녀 때 혼자 전시회나 박물관에 가서 앉아 있다 오거나 답이 없는 생각들을 사색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의 추억들로 인해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박물관은 꼭 가봐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람람이가 커서 어디에 살게 되든 박물관에 머물러 사색할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참 좋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하와이 호놀룰루 미술관(Honolulu Museum of Art)에 들렀습니다. 미술관이 얼마나 재미있는 곳인지 소개해 주었습니다. 꽤 넓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감상하기에 좋았습니다. 내 기준에선 재미있는 일이지만 아이들의 시선이나 수준에선 지루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미션이나 퀴즈를 내기도 합니다. 한국 작품들을 찾아볼 수 있는 사람? 동양과 서양의 작품이 다른 점을 말해 볼 사람? 한 번이라도 들어본 작가를 찾은 사람? 시대에 따라 그림의 흐름이 다른 것을 설명해 줄 사람? 현대미술의 독특한 점을 더 많이 말할 수 있는 사람?





아이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엄마의 작은 노련미(?)로 미술관을 소개해 줍니다. 모든 학문의 시작은 가볍고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깊이 있고 전문적인 영역은 스스로가 찾아갈 영역이기에 초보 단계에서는 미술관을 친근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찾은 호놀룰루 미술관은 우리의 수준에 제격이었습니다. 하와이 유일한 순수 예술 박물관인 이곳은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대륙의 작품들을 6만 점 이상 보유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갤러리들이 테마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입구를 기준으로 들어가자 마다 오른쪽은 서양의 미술작품들이, 왼쪽에는 동양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동서양의 미술품의 차이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분명 고등학문이 발전할수록 어느 학문이든 전문가의 영역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때론 무지한 상태의 비전문가들의 생각 속에서 뜻하지 않는 진리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오늘 아이들과 이런저런 작품들을 아무 배경 지식 없이 보다 보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이렇게 반응합니다.

" 엄마, 시대별로 그림을 표현하는 방법이 좀 다른 거 같아요." "오! 그것을 발견했구나. 엄마는 미술 역사를 배우면서 외워서 익혔는데 너희는 그냥 찾아냈네?"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도 습관처럼 "검색"을 통해 하와이에서 가장 큰 미술관인 것과, 피카소 미로, 로댕, 고갱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정보를 알아왔습니다. 정보가 있으니 그걸 찾기에 마음이 바빴고, 알고 있는 정보를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감각적으로 미술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그래, 나도 그림을 감상하자."라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그때부터 그림을 천천히 음미하며 사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얄팍한 배경지식을 내려두고 작품과 작가가 주는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의자에 가만히 앉아 그림을 한참 들여다 보기도 하고, 도통 이해되지 않는 난해한 그림에 두 녀석이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고, 거칠게 표현된 그림들에 이상한 감정을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시대별로 그림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다는 것을 발견한 아이들이 섬세한 붓터치에 아름다움을 느끼다, 시대가 현대로 넘어올수록 그림들이 축약적이고 생각할 공간이 많아진다는 것을 느끼며 한마디를 합니다.  

"엄마, 그림들이 왜 이래? 나도 그릴 수 있을 거 같아."





당돌한 표현에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자연스럽게 답을 해주었습니다. "예술은 늘 문화랑 함께 변화하거든. 그림만 있었던 시절에는 사물과 가장 똑같이 그리는 사람이 잘 그리는 사람이었어. 그런데 사진도 생겨나고 인쇄술도 발전하면서 사물이랑 똑같이 그리는 것이 더 이상 재미가 없었나 봐. 그러면서 조금씩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들을 그림으로, 조각으로, 작품으로 만들게 되었나 봐. 문화를 따라 예술이 변한다는 게 참 재밌지?"




"엄마, 그럼 나도 그릴 수 있는 거네. 사람들이 내가 만든 작품을 가지고 내 생각을 맞추면 재미있겠다."

아이들의 순수한 발상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과 담소를 나누기에 좋은 작은 정원에 앉았습니다. 이 미술관이 좋은 이유는 작품이 다양하지만 중간중간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어디에 살게 되든 오늘처럼 박물관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오늘 찾은 것처럼 그림은 "정답"은 없으니 감상하면서 여러 감정을 느껴보고 자신만의 답을 찾으면 되는 거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 작품을 만든 작가들도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말해 줄 것 같습니다.





+덧: 오늘도 가치와 마인드를 심어주었다는 자부심에 물었습니다.

"오늘 많은 것을 봤는데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니?" 첫째 아이가 말해줍니다.

"엄마, 답은 내 안에 있어요!!"

예술이든 인생이든 결국 답은 자신 안에 있음을 알게  아이가 대견했습니다. 자신만의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표현해   있고, 자신만의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작품의 해석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동의 리액션을 쏟아내는 엄마를 보곤 둘째 아이도 말을 합니다.

"엄마, 박물관이 제일 시원해요."  "하하하하하. 그 말도 맞네!!" 우리는 그렇게 다 같이 웃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박물관, 미술관이 제일 시원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인생의 지혜를 배워갑니다. :)






Pure Tip:

호놀룰루 미술관은 월요일 휴무이고, 1월부터 10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 18:00-21:00에는 아트 애프터 다크(Art After Dark)라는 파티가 열려서 볼거리와 이벤트가 많다. 매달 첫째 주 수요일은 무료 개방을 하며, 셋째 주 일요일도 "가족을 위한 날"로 무료 개방을 하고 공연이나 이벤트를 한다. 이 미술관은 모든 아이들에게 공짜이며 시원하다. ㅎㅎㅎ (딸아이의 기가 막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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