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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gan Lee Jan 06. 2023

업(業)을 선택하는 기준 6가지

커리어 사춘기를 맞은 당신에게

인생의 사춘기는 10대에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직장인 n년 차에 찾아온 사춘기는 당혹스럽게도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나를 뒤흔들었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였지만 어릴 적 내가 꿈꿔왔던 꿈과 비전은 보이지 않고, 매일 같이 반복적인 업무를 쳐내며 무언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답답함에 견딜 수가 없었다.


커리어 사춘기, 369 증후군(직장인들이 입사 후 3개월, 6개월, 9개월 즈음이 되었을 무렵에 반복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고 이직을 고민하는 시기)이란 신조어도 생겨난 걸 보면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잘만 다니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이었을까. 지금까지는 그 답답함을 이직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해왔던 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도망 다닐 수는 없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최근 김나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김나이 님은 현대카드, 한국투자증권, JP모건 등 금융계에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오던 중 30대 중반에 커리어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퇴사를 한 후 현재는 직장인들의 커리어 설계를 도와주는 액셀러레이터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직장의 만족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성장, 연봉, 워라밸, 의미, 재미, 인간관계 여섯 가지를 제시하며 이 중 각자의 우선순위 두 가지를 골라야 한다고 했다. 오늘은 이 각각의 기준을 토대로 나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성장


일반적으로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의 경우에 하루에 최소 9시간(점심시간 포함)을 온전히 회사에서 보낸다. 하루가 24시간이니 최소 1/3을 회사에서 보내는 셈이다. 그뿐인가 출퇴근 시간과 야근까지 합치면 사실상 깨어있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가?’는  업(業)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척도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성장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크게는 내적 성장과 외적 성장, 이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과거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외적 성장에 더 의미를 두지만 사실 그렇게 되면 지독한 번아웃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의 나에게 있어 성장이란 남들보다 유명한 회사에서 빠르게 승진하는 것, 단지 그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업(業) 자체에서의 의미보다는 단지 보이는 것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몇 년을 달리다 보니 막상 나에게 남은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2. 의미


개인적 생각에는 앞에서 언급했던 내적 성장이 사실상 일에서 찾는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필자는 오랫동안 호텔리어로서의 커리어를 탄탄하게 쌓아왔었다. 하지만 주변에선 호텔리어를 보는 시선은 흔히 박봉이다, 감정노동이다 하는 부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 말은 맞기도 아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호텔리어를 선택한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우선 나는 한국에서 평생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가장 이동성이 좋은 직업을 고민하던 중 호텔리어를 선택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기술의 발전 등으로 디지털 노마드로 살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지만 5~10년 전만 해도 기술이민을 하지 않는 한 해외에서 비자걱정 없이 커리어를 쌓으며 일할 수 있는 업종이 몇 가지 없었다.


두 번째, 업무 상 외국어를 구사하면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당시에 내 머리로는 외교관 아니면 호텔리어 두 가지 옵션을 생각해 낼 수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외교관이 되는 것보다는 호텔리어가 되는 것이 더 용이하다는 판단에 호텔리어를 선택하게 되었다.


3. 재미


앞서 언급했던 두 가지 이유로 나는 호텔리어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고 코로나로 인한 커리어 단절이 아니었다면 꽤 만족하며 재밌게 살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실제로 호텔리어로 일하던 시절에 돈은 많이 못 벌었을지 언정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여행도 많이 다녔으며 인생에서 가장 찐하게 연애도 했었다.


물론 일하면서 재미를 찾는 게 쉽지는 않다. 이렇게 글을 쓰고있지만 나도 그 일이 항상 즐겁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을 하며 더 많이 배우고 싶고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우리가 그 일에서 조금이나마 재미를 찾았기 때문이 아닐까. 반대로 일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열망도 생기지 않고 그저 하루를 무탈하게 넘기고자 한가면 그건 당신이 그 일에 재미를 못 느끼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4. 인간관계


사실 나는 이전까지 직장 내 인간관계로 힘들었던 적이 없었기에 이 중요성을 잘 알지 못했었다. 내가 운이 좋았었던 걸 수도 있지만 특히 해외에서 일할 때는 업무상 부딪히는 일이 있더라도 퇴근 후에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이가 좋아지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다들 모국을 떠나온 외국인 노동자라 그런지 "We are family"라는 일종의 연대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퇴사했던 회사에서 이 문제로 정말 너무 힘들었기에 이제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다. 자세히 얘기하긴 어렵지만 나는 경력직 이직으로 그 회사를 입사를 했는데 내가 알기로 당시 우리 팀에서 경력직으로 입사한 사람이 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일종의 텃세가 있다고 느꼈다. (예를 들면, 일을 제대로 안 가르쳐주고 실수하면 맹비난하는 식의 상황이 반복되었다) 웬만해선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지내는 나로서도 폭력적이라고 느껴질 수준의 비난과 까내림 등이 반복되자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상황은 잘 없겠지만 그만큼 직장 내 인간관계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5. 돈


돈(연봉)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다. 개인적으로 박봉에서부터 나름대로 고액 연봉까지 받아 본 사람으로서 돈은 중요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앵거스 디턴의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따르면 소득이 오를수록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지만 적정 수준(미국기준 연 8,500만 원)에 이르면 더 이상 만족도가 올라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 말은 즉슨 적당히 먹고살 수 있는 돈만 있다면 그 금액 자체가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삶을 바꿔주지는 않는다.


뿐만 아니라 적정 연봉에 대한 기준은 언제나 상대적이므로 얼마 정도의 연봉이라면 내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무작정 '지금보다 더 많이'를 외치는 것은 옳지 않다. 회사는 나에게 그냥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서는 내가 그만큼 회사에 돈을 벌어다주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자원이 한정되어 있지 않는 시장으로 나가 '내 일'을 해야 한다.


6. 워라밸


워라밸 또한 상황에 따라 그 중요도가 달라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내가 하는 일이 재밌고 그 일에 열정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워라밸(칼퇴)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일 = 라이프가 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 자체에 열정이 없는 사람이라면 퇴근 후 또는 주말만을 내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워라밸의 중요도가 올라간다.


내 사례를 소개하자면 흔히 해외에서 일하면 워라밸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해외취업을 했을 때 나는 회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렇다고 업무의 연장이라고 보기는 애매한 게 사무실에서 직원들끼리 이야기하고 직원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어울리는 시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일이 많아서 어쩔 수없이 추가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마냥 싫지 많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이렇게 정리를 해보아도 딱 두 가지만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생각할수록 이것도 중요해 보이고 저것도 중요해 보여서 머리가 아프다. 다만 과거의 내가 조금은 더 행복하고 즐거웠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 본다면 의미와 재미였던 것 같다. 얼마 전까지 성장과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라 사실 놀랍기는 하다. 아마 흔히 사람들이 성공했다고 이야기하는 두가지를 실제로 가져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지만은 았았던 것 탓인 거 같다.


이 글을 읽고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여러분에게 있어 일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인지 댓글로 남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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