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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꽃다리 Aug 28. 2023

[산숲 책숲]
내 인생의 산, 천마산

내 인생의 산, 천마산

약기운으로 종일 잠들었다 일어나니 오후4시. 약부작용인가? 갑작스런 두통으로 머리가 심하게 아팠다. 진통제를 챙겨 먹느니, 작은 물병 하나만 챙겨 산으로 향했다. 오후5시. 좀 늦었다싶어 버스를 타고가 천마산 입구에서 내려 삼거리까지 가서 임광아파트 둘레길로 내려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작정하고 나서기는 힘들어도 일단 산에 드니 기분이 좋아져 임도 끝까지 가게 됐다. 풀숲, 나무숲이 내어주는 향기 선물! 온몸으로 스며드는 향기에 취해 음악이 흐르는 정상까지 걸었다. 삼거리에서 정상까지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숲 입구에서 하산까지는 왕복 2시간 코스다. 어쩌다 한 사람씩, 뜸하게 마주쳐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시각. 행여 어두워지면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종일 흐렸던 하늘에 서서히 해가 나더니 내려오는 내내 사위가 대낮처럼 환하다. 솔숲 사이사이로 석양이 비쳐 나무들은 금빛을 입었다. 곧 어두워질 물상에 은총이 닿자 저토록 빛나는 것들! 가슴이 설렜다. 

내려오는 길. 임도에 떨어져 부서진 솔잎들을 바람이 밀고 다니며 물결무늬를 그려놓았다. 산길에서 만난 자연의 파도! 자연을 통해 보여주는 신의 한수는 늘 신비롭고 오묘하다. 


하산해 시내를 걷는 동안 다리가 후들후들, 허기가 밀려온다. 가까운 뒷산이라고 간식 챙겨 오는 걸 깜박했다. 우기에, 준비물 촘촘히 챙겨 일주일에 서너 번이라도 꼭 와야지. 내 인생의 산은 천마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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