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시간이 이리 빨리도 지나가는지 정신없이 월요일을 시작하고 돌아서면 벌써 목요일이다. 예전과는 달리 금요일보다는 목요일이 더 좋은 듯하다. 왠지 내일 하루만 수업을 가면 주말을 맘 편히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광명에 있는 시립 어린이집 6세 반 수업을 하는 날이다. 3반 수업을 연속해서 진행해야 하는데 같은 연령
비슷한 인원이어도 각 반마다 각각의 특색이 있다.
특히 처음 시작하는 반에는 참 다양한 색깔을 지닌 재미있는 여자, 남자 친구들이 있다.
어김없이 가방 보따리를 각 반 교실 앞에 펼쳐두고 첫 번째 반으로 들어간다.
앉아서 인사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워낙 각양각색의 친구들이라 나를 유심히 보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뒤돌아서 친구랑 이야기하고 기분이 불편해 보이는 친구도 있고, 오늘 무얼 만들 건지만 자꾸 물어보는
친구도 있다.
시우라는 남자 친구가 있는데 만들기를 좋아하고 이해력도 높은 친구이다. 반면 조금 급한 성격의 개구쟁이 라 학기 초부터 지금까지 칭찬과 관심으로 다듬은 친구이다. 그 친구는 나에게 늘 잘 보이고 싶어 하고 바른 자세로 앉아서 열심히 도입을 들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시우가 갑자기 나에게 "선생님 오늘 누나 같아요!"라고 말한다.
나는 " 뭐라고? " 말을 알아들었음에도 확인하고 싶은 여자의 마음이랄까 다시 물었다.
다시 정확하게 "누나 같아요! 선생님 머리 모양이 누나 같아요! "라고 한다.
교실에 담임선생님과 보조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 말을 듣고 교실 가득 빵~ 큰 웃음소리가 나왔다.
이모, 고모도 아닌 누나라니! 아이들을 오랜 시간 가르쳐도 누구 엄마 같아요! 소리는 들었지만 누나라는 말을 들은 건 처음이다.
나는 최근 들어 긴 머리를 만지기가 귀찮아지고 바람도 불고 해서 땋고 다녔다.
혼자서도 머리를 참 잘 땋아서 주변 선생님들과원장님들이 보면 어쩜 이렇게 머리를 잘 땋고 잘 어울리냐고 훨씬 젊어 보인다고 한다.
사실 머리 만지기가 편해서 시작을 했는데 예전 고등학교 때에도 나는 땋는 머리가 참 잘 어울렸다.
둥근 얼굴 탓인지 앞머리에 실핀으로 살짝 꽂아주고 흔히 디스코 머리라고 하는 것처럼 혼자서 머리 정수리 부분부터 땋기 시작해서 꽁지까지 마무리한다.
땋는 머리가 잘 어울리는 내 모습을 봐도 몇 년은 더 젊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유난히 오늘은 날씨가 추워져서 흰 목티셔츠에 선명한 초록색 조끼에 청바지를 입고 갔는데 그 모습이 6살 남자 친구가 보기에 예뻐 보였나 보다.
아님, 오늘도 우리 시우는 선생님의 칭찬을 받고 싶어서 미리 선수를 친 것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아이들은 그런 복잡한 계산은 하지 않고 보고 듣고 느끼는 대로 말하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믿기로 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나는 그 말을 듣고 연속해서 다른 두 반을 수업하며 체력소모가 많아 힘들 텐데 뒷 수업을 흥에 겹게 수업을 진행했고, 다른 반에 가서 자랑도 했더니 다른 반 선생님들도 재밌다고 웃으신다.
내가 40대 초반일 때 50대를 넘긴 쪼물딱 선생님들이 계셨다. 그분들은 늘 나이가 들어가니 과연 언제까지 유아들과 수업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들을 하셨고 이후, 다른 일을 하게 되신 선생님들도 계신다.
그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 내 나이가 50대가 되니 아이들의 말 한마디에도 감정의 업다운이 잘 된다.
그래서 아이들을 내편으로 만들어 나를 더 예쁘게 봐줄 수 있게 특별한 지도 방법으로 가르친다.
바로 "칭찬의 힘"이다. 아이들 한 명 한 명 칭찬해 주면서이름 하나도 그냥 부르지 않는다.
꾸미기 좋아하는 서현이, 요즘 너무 솜씨가 발전하는 유나, 만들기 잘하는 유주, 믿고 보는 은수, 창의적인 승윤, 한 명 한 명 아이의 평상시 태도와 집중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진심으로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그 칭찬을 유지하고 싶고 지키려고 노력하다 보면 교실 분위기는 어수선함이 평정이 되고 집중하는 분위기가 된다.
수업이 끝날 때쯤 활동하며 남은색깔 점토는 책상 앞자리 봉투에 모아 두고 오늘 가장 멋진 친구에게 "칭찬점토"를 나눠주면 그 점토를 받은 친구는다른 친구들에게 칭찬점토를 받았다고 자랑을 하며 무척 좋아한다.
점토를 갖고 싶어 욕심이 나서가 아닌 아이나 어른이나 공개 칭찬을 받았다는 것에 기뻐하는 것을 알기에 그날그날 만들기를 잘하는 것보다수업 후 자리를 정리하거나 친구들에게 배려하는 모습이나 특정 행동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칭찬점토를 받을 친구들을 선택한다.
간혹 오늘은 내가 꼭 받고 싶다는 눈빛으로 사인을 진하게 보내는 친구들도 있기에 그 맑은 눈빛을 무시하지 않고 챙겨 주기도 한다.
아이들과의 수업은 때때로 시작은 어수선하고 집중이 안되지만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강사들의 가장 큰 고민이고 또한 강사의 능력이다.
여러 방법에서 다양하게 접근해 보았지만 역시 "구체적 행동에 대한 칭찬" 이 가장 효과가 있다.
구체적 행동에 대한 칭찬을 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아이들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그 아이의 변화를 투명하게관찰해야 한다.
오늘도선생님 예뻐요!라는 장미빛 칭찬을 듣고 싶어서 머리를 땋고 밝은 색깔의 귀여운 옷을 챙겨입으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