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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임 Jan 19. 2023

몰입과 자유로움이 주는 성적상승, 사교육보다 중요한 것

'엄마랑 공부하는 게 가장 재밌어요.' 2편, 쌤이 바라본 공부의 본질

'엄마랑 공부하는 게 가장 재밌어요.' 먼저 읽고 이 글을 보시면 됩니다. 




연우의 이야기를 이어서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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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인 시간 투자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연우의 몰입 방법에는 두 가지 전제가 있었습니다.  



    몰입의 이유  


    자유로움  





첫번째로 몰입의 이유를 스스로 만들었습니다. 



앞서 말한 ‘명분’이요. 굳이 손이 아파가면서 필기를 하지 않더라도, 엄마한테 가르쳐야 한다는 의무감에 자신의 수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또 좋아하는 ‘그 과목’ 선생님께 한 마디 더 붙여보고자, 열심히 공부하게 됩니다. 1차원적인 질문 말고 공부하다가 의문이 드는 것에 대해 묻고 싶은 욕심에 더 깊게 파고듭니다.




재밌는 수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선생님들이 흘리는 농담이나 작은 이야기도 머릿속에 자연히 넣게 됩니다. 선생님이 짓는 표정, 예시, 손짓, 풍기는 뉘앙스까지 캐치해서 성대모사를 하기도 하고요. 그 덕에 그 선생님을 누구보다 잘 따라 하기도 합니다. 추가적인 학원, 과외의 숙제가 없기에 수업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아이의 수업 스킬은 모두 학교 수업, 선생님으로부터 나오거든요. 




두번째는 공부 방식의 자유로움입니다. 




실제로 연우가 한 방법인데, 암기과목의 경우 에이포 용지를 반으로 접어서 자신만의 요약하는 언어나 ‘나만의 말’로 바꾸어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서 암기를 하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교과서의 정제되고 가공된, 요약된 언어보다 나만의 익숙한 표현 방식으로 적을 때 더욱 흡수력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신이 배운 걸 수업을 해보고 싶다면 엄마를 앉혀두고 수업을 한다는 명분으로 ‘쇼’를 보일 수도 있는 거고요. 그림을 그려서 이해시키든, 연기를 하든, 자신이 칠판 앞에서 논리 구조를 만드는 방법이든 모두 자유롭게 이루어집니다. 전달 방식 모두 연우 마음인 것이죠. 




이렇게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에 제약도, 한계도 없다 보니 주체적으로 스스로 체화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학원이나 과외에서는 아이에게 주어지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자연히 몰입의 강도도 낮아집니다. 



개수를 채우는 방식으로 공부의 효과를 확인합니다. 무조건 정해져 있는 프린트물을 풀거나 지정된 문제집의 문제 번호를 매긴다거나요. 





“이번 숙제는 481번부터 530번까지 풀어오기. 답지는 선생님이 가지고 있을게. 답안이나 문제풀이 보지 말고 스스로 풀어와.”




학원 선생님이 내주는 숙제를 ‘개수를 채우며’ 풀어가는 것.'




효율적인 면에서 좋아 보일지 몰라도 아이들을 관찰한 결과, 위 2가지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을 보기도 했네요. 그래서 ‘효과’의 측면에서는 개수에 집착하는 '양치기' 사교육 시장에서 의문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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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의 학생이 있다면 100가지의 공부법이 존재합니다. 




학교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고(맞춤형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20명의 학생과 1명의 담임교사로든 역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조금은 ‘맞춤’의 뉘앙스를 풍기는 과외를 진행하지만, 여전히 ‘많이 알려주어야 한다.’의 수업이 진행되기 십상인 듯합니다. '양치기'가 부모님도 안심할 수 있게 하는 만능키이기도 하고요.




인풋이 아니라 아웃풋, 즉 머릿속에 있는 것을 꺼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때, 굳이 외워야 한다거나 이해되지 않더라도 ‘머리에 새겨 넣어야 한다’의 강박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학원, 과외 모두 아이의 머리를 ‘채우는 것’에 열중합니다. 그것에 잘 ‘먹혀드는’ 아이가 있는 반면, 대부분 머릿속의 지식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저항감을 느끼거나 익숙하지 않아서 실제로는 그렇지 않는데도,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로 낙인찍히기도 합니다. 



근의 공식을 달달 외우고, 문제에 적용하는 프로세스도 '통으로' 외워버립니다. 이런 문제는 사용하고, 이런 경우는 공식이 아니라 그래프를 사용해서 풀어야 한다고, '유형화'합니다. 열심히 5번씩 써보거나 다양한 문제를 미리 접해서 실수, 아니 정학하게는 '새로운' 문제를 접하는 걸 미리 예방합니다. 새로운 문제는 외우지 못했던 유형이거든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철저히 외웁니다. 모든 유형을 알아야 어떤 문제든 풀어낼 수 있으니까요.




근의 공식이 도출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풀이 과정을 천천히 적어봅니다. 스스로 말해보기도 하고 공식의 도출과정을 차근히 음미하고 익힙니다. 문제를 보고 근의 공식을 써야 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집어냅니다. 근의 공식을 써야 한다고 자발적으로 머릿속에서 떠오릅니다. '당연히' 근의 공식을 사용해서 푸는 거구나라고 자동적으로 인식됩니다. 신이 나서 근의 공식을 머릿속 어딘가에서 꺼내와 문제에 적용시켜 봅니다. 정답이 나오네요. 이제 됐습니다. 아웃풋의 쾌감, 진짜 공부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인풋의 과정이 섬세하고 조심스러워야 하는 이유는요.




학습법은 본질적으로 머릿속의 지식을 아이가 어떻게 풀어내게 할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그래서 공부법이 ‘문제집 많이 풀기’로 절대적으로 고정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연우가 이야기합니다.




“과학은… 그냥 과학선생님께서 재밌는 것 같습니다. 시험 전에 교과서 문제 3번 풀어봅니다. 말로는 과학천재가 되겠다느니 어쩌겠다느니 하긴 하는데 70점 정도 예상하고 풉니다. 그냥 마음 편히요. 마음을 비우고 풀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쉽습니다.  




생각해 보니 과학 선생님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어떤 질문을 하면 대답을 못하실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알아서 머리로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에게 합법적으로 시비를 걸어보려는 욕구가 원동력 같기도 하고.. 친해지고 싶어서 질문하거나 과학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과학 공부를 열심히, 제대로 할 명분을 또 만들었네요.






연우의 카톡




성적이 많이 올라서 공부법을 물었습니다. 이렇게 장문으로 알려주어서 천천히 읽어보고 이런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연우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혼자서 ‘주체적’으로 공부하는 아이들의 공통점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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