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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아빠 Apr 29. 2024

#8-1 번외 편. 잠깐의 헤어짐

사귀지 않았으니 헤어지지 않은 것 아닌가?

상숙이와 나는 거의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만났다. 의외로 그 덕분인지 몰라도 나도 그렇고 상숙이도 성적이 꽤 많이 올랐다. 서로를 의지하면서 더 잘해보자고. 너는 잘할 수 있다고 서로를 응원한 결과 우리는 더 친하게 지냈고 많은 얘기를 했으며, 서로에게 의지했고, 다행히 성적도 많이 올랐다.


나는 그 이후에도 학원을 계속 다니고 있었지만 어느 날부터 나에게 아무 말 없이 상숙이는 학원을 그만뒀다. 집전화기 밖에 없던 시절 나는 상숙이에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그렇게 우리는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 못한 체 보지 못했다. 아쉬웠고 다시 보고 싶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 이후 한 번도 상숙이를 본 적은 없다. 


얼마 뒤 상숙이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친구가 나에게 와서 상숙이한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알려줬다. 너는 꼭 알아야 할 것 같아서란다.


'내가 왜 알아야 하지? 그걸 왜 나한테 말하지?'


시기와 질투, 아쉬움, 슬픔, 서러움, 미안함 같은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었고 나는 내심 잘됐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그 친구는 괜찮은 친구였어. 나보다는 더 멋진 사람이었어.'


혼자 그런 결론을 내리고 나는 좋은 추억만 남겼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다 어설프다. 하지만 어설프다는 것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어설픈 행동과 마음은 모두 기억에 남아 웃을 수 있는 좋은 추억으로 희석된다. 좋은 추억이 많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어설프게 살았는가이다. 어설프게 살았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었고 무모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을 기약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어설프게 살아서는 안된다. 그래서 좋은 추억도, 도전도, 무모함도 거의 없다. 오히려 그게 더 슬픈 추억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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