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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myungdan Jul 29. 2024

침대 광고가 아닙니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아이들의 무탈한 상황을 잠자리로 하고

아이들과의 시간을 놀이터로 하고

정답고 사랑스런 아이들의 표현을 원동력으로 삼는다.




각 잡혀 있지만 각 잡지 않는 곳입니다

온도설정은 없지만 따뜻합니다

항상 당신의 온도를 살핍니다

부드럽기도 하고 때론 딱딱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음은 언제나 말랑말랑해지는 곳입니다

당신을 인증할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이 주인공이 되는 곳입니다

열등감에서 놓여나도 됩니다

당신에게 있던 불안도 카운트다운을 하며 수치를 줄일 것입니다

안전해서 안심해도 됩니다

당신이 원하는 편안한 잠을 불러옵니다




잠못 이루고 뒤척여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음을 삼켜도

고통스런 신음 소리를 내며 몸부림을 쳐도

묵묵히 받아줍니다

어떤 인생무게도 거뜬히 받쳐냅니다

휴식을 줍니다

의자가 되기도 하고 눈비를 피할 우산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심심할 때 주파수 맞는 라디오가 되기도 합니다

놀이터가 되기도 합니다

지친 하루를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피곤한 몸도 역전시킵니다

새로운 출발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꿈을 꾸게도 합니다

가장 나다운 나를 찾아줍니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침대 광고가 아닙니다

엄마입니다

엄마의 음식입니다






첫째가 휴가차 한국에 왔습니다. 2주일 일정으로요.

둘째도 형을 반기러 왔습니다.

가리는 인종도 가리는 사람도 가리는 언어도 가리는 음식도 없는 아들이지만 1년에 2번 오는 집인데다 15시간이란 긴 비행으로 몸과 마음이 지쳤을 겁니다.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콩나물무침과 여러 가지 채소를 넣고 말아 만든 무쌈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감자볶음도 빠질 수 없습니다. 아들의 최애반찬이니까요.

갈비도 좋지만 이번엔 돼지수육을 습니다.

알배추도 절이고 미나리와 쪽파를 넣은 보쌈무김치도 넉넉하게 준비했습니다.

한식에 잡채가 빠지면 서운하겠죠.

물기 뺀 숙주를 마지막으로 넣어 빠르게 숨을 죽였습니다.

그 위에 깨소금을 솔~솔

풍부해진 식감의 숙주잡채에 빈번한 젓가락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년 큰애의 독일 친구들까지 좋아했던 양배추 물김치까지 곁들이면 아들속이 무겁진 않을 겁니다.




진심의 미간을 모으고 고개를 잠시 뒤로 꺾습니다. 상체를 앞으로 당기며 눈을 감고 음식을 계속 음미합니다.

잠시 후 첫째, 둘째의 표현이 터집니다.




"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엄마 음식은 속도를 내게 해요!"

"입에서 앙코르를 외쳐대요!"






모든 행복은 음식으로 시작된다죠.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일이라도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면 힘이 생긴다죠.

누구라도 언제라도 음식의 힘은 특별합니다.

특히 엄마음식은요. 집밥은요.

우리의 마음은 엄마가 집이며, 엄마가 음식입니다. 엄마의 음식이 집의 편안함을 느끼게 하고 집밥은 따뜻한 포만감을 줍니다.




집밥이어서 특별한 것이지 제 음식솜씨가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자식들에게 엄마음식이 맛이 없을 리는 없습니다.

엄마의 음식이 아이들 최초 입맛을 일깨웠고 집밥이 아이들 입맛의 길을 만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먹어 와서 익숙해진 맛, 거기에 엄마의 정성에 대한 기억이 증발되고 남고 남은 음식에 추억의 풍미를 더해 줍니다.




집밥의 덕목은 편안함과 즐거움과 깨끗함입니다.

집엔 가족이 있습니다.

가족이 줄 수 있는 건 휴식과 공감, 안전함, 편안함입니다. 이것은 곧 행복입니다.

이것은 인생의 큰 기쁨입니다.

가족의 행복을 위한 가끔의 떠안기가 때론 각자 벅찰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굴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공감과 배려로 서로를 살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엄마들은 엄마로서 줄 수 있는 행복을 생각합니다. 기쁨을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하는 말 중에 가장 먼저 해결해 줘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엄마 배고파!"

어떤 상황에서든 엄마를 가장 먼저 움직이게 하는 말입니다. 성인이 된 아이들일지라도요.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제 식사 준비를 요리를 한다고 표현했습니다.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신선한 재료로 위생적인 환경에서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듭니다.

꼼수로 양을 늘릴 일도,그 재료를 아낄 일도 없습니다. 음식값 걱정없이 양껏 먹을 수 있게 합니다.

집밥을 앞에 두면 즐거워지고 엄마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 튀어나오나 봅니다.

배가 차면서 감정은 마냥 부드러워집니다.

큰애가 중얼거립니다.

"이게 집이지.."




가족들은 바깥 음식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념일이나 주말에 아내를 엄마를 쉬게 하려는 배려에서 외식을 결정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그러나 둘째가 스무살이 되기 전에는 그런 계획을 접어야 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다녀오시라고, 그냥 혼자 집밥 먹겠다고 해서요.

집밥에 대한 아이들의 즉석 감탄이 언제까지 이어질진 모르지만 그 인정이 저에게는 음식 만들기에 게으름을 피울 수 없게 합니다.

사람들은 살아갈 준비는 하지만 살지는 못한다고 누군가는 통찰합니다.

그러나 음식을 만들고 즐겁게 먹는 행위만큼은 바로 지금을 열심히 사는 일일 겁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가 감정조절,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먹는 음식이 삶의 질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죠.

삶에서 마지막까지 해야 할 행위가 먹는 행위이니 어쩌면 그것은 당연합니다.

선택된 음식은 주어진 시간의 진심의 체험입니다.

음식으로 이어지는 관계에서 음식의 시간에 자신과 서로를 들여다보는 과정이 공감과 위로와 회복을 주고 자신을 찾게 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음식은 끊임없이 인생의 균형을 잡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먹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미식 예찬을 쓴 브리야 사바랭의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브리야 사바랭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집밥을 먹었어요. 엄마가 만든 음식을요.

엄마의 따뜻한 음식은 저를 살리기도, 저를 지키기도, 정성으로 저릍 끌어올리기도 해요"

라고 말이죠.

그러면 브리야 사바랭은 이렇게 말해줄 겁니다.

"당신은 흠뻑 사랑을 받아 듬뿍 사랑을 줄수 있는 사람이군요!"




톨스토이의 말처럼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비슷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가족과 함께 즐겁게 먹는 일, 그것이 공공연한 행복의 비밀입니다.

생존의 바탕이 되는 식욕, 생체의 순환과 리듬을 이어나가는 끼니, 그 본능을 넘어선 미식까지

강한 정서적 유대와 안정, 사랑과 행복을 느끼게 하는 음식, 그 음식을 위해 엄마는 오늘도 주방에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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