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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윈 Jul 08. 2024

잘 지내시지요?

나의 온기.

어느 날 웹 서핑을 하다가 한 블로그에 들르게 되었다. '잘 지내시지요?' 인사를 건네는 블로그 제목에, 내가 찾던 것이 무엇인지조차 망각한 채 글을 클릭할 수밖에 없었다. 지나고 나니 내용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대강 블로그 주인장의 최근 근황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런데 그 글을 본 후로, 나도 누군가에게 잘 지내냐고 묻고 싶어지는 순간이 많아졌다. 마음으로는 쭈욱 품고 있는데, 실제로 누군가에게 말을 건넨 적은 없었지만. 괜히 간지럽달까나. 내 용기 부족일 수도 있겠다.


'잘 지내시지요?'라는 표현은 '잘 지내?'라는 말보다 더 마음에 와닿았다. 왜인지, 더 진중해 보이고, 더 가식적이지 않아 보이고, 더 따뜻한, 나를 진정으로 생각해 주는 누군가의 눈빛과 마음이 떠오르는 표현이다. '왜 저 문장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아른거릴까?' 문득문득 생각했다.


삶은  참으로 연속적이다. 쉼이 없다. 시간은 우리의 의지에 상관없이 그저 계속해서 흐른다는 소리다. 돌아보면, 요즈음의 나는 참  시간의 효율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또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내 주변에서도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내 삶에  집중하다 보면 쉼 없이, 말 그대로 '쉰다'라는 느낌 없이, 시간에 올라타있는 듯 달려갈 때가 있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나는 나 자신이 잘 지내는지는 잘 모르겠다. 잘 지내냐며 누군가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입술을 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 그거였다.


'잘 지내시지요?' 이 한 마디는, 흐르는 시간 속 내가 잊고 있던 '나'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항상 무언가를 하면서, 무언가로 존재하고 있었지만, 나는 왜 내가 잘 지내는지에 대해 떳떳하게 답할 수 없었을까? 그건 정말 내가 나로서 존재했던 게 맞았을까? 정작 내 스스로가 나에 대해 온전히, 그리고 또 순수하게 나 스스로를 느껴보려 한 적은 없었다. 잠깐이지만 순수의 나로 되돌아가게 만들어주는 마법과 같은 한 마디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했다.


누군가와  친하게 지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넘어 따뜻한 마음을 받는 관계는 따로 있다. 생각해 보면 내 주위에도 '따뜻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몇 명 없다. 사실 몇 명 없는 게 당연한 걸지도? 친하다는 건 그저  라포(rapport)를 형성하는 걸 넘어, 그 사람에 대해 때 타지 않은 순수한 진심으로 무언가를 생각해 줄 수 있는 관계니까.


이런 소중한 따뜻함을 간만에 느끼게 해준 무명의 그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항상 생각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온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근데 그게 참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나름 노력한다고 메모장에도 몇 번이고 써넣고,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다음엔 어떻게 해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이런 나라도 아직 참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밤이다.


그래도, 이렇게 부족한 나지만, 이 글을 읽을 누군지 모를 당신에게 따뜻함을 남겨주고 싶다.
어느 여름날 나뭇잎들 사이로 비치는 한 줄기 햇볕처럼 싱긋 웃으며, 은은한 미소와 함께 이 말을 건네고 싶다.



"잘 지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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