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불완전한 우리 인간의 심리
고등 생물인 인간은 스스로 합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정말 합리적일까?
단언하자면, 나를 포함하여 거의 모든 인간들은 모든 순간 정말로 합리적으로 살아갈 수 없다.
우리 마음은 진화의 산물이고, 진화는 최적의 설계를 보장하지 않는다.
다음 진화는 이전 진화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그때그때 좋은대로 쌓아올려진 탑에다가 다음 층을 올리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이미 우리의 머나먼 조상대부터 생존을 위해 자연선택된 생각의 방식에서 우리는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 마음의 한계와 생각의 함정들을 포착하면,
정말 근거있는 마케팅 인사이트, 마케팅 아이디어로 활용할 수 있다.
정말로, 인간은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지만 동시에 멍청하기도 하다.
(본인이 정말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계속 글을 읽어주시길)
생각의 함정을, 생각의 무기로.
마케팅은 과학적으로, 첫번째 에피소드는 '초점 맞추기 착각(Focusing Illusion)'이라고 불리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한다.
이 현상은 사람들의 주의를 중심으로부터 이곳 저곳으로 분산시켜,
인간의 생각을 조작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를 알려준다.
그럼 다음 연구의 상황을 보자.
CASE 1.
"당신은 전반적으로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당신은 지난 달에 데이트를 몇 번 했습니까?"
CASE 2.
"당신은 지난 달에 데이트를 몇 번 했습니까?"
"당신은 전반적으로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두 케이스에서 다른 점은 무엇인가?
(충분히 생각하고 스크롤을 내리자)
두 케이스에서 다른 점은 단순히 질문의 순서 차이밖에 없다.
하지만 이 단순한 질문 순서의 차이가,
결과적으로 듣는 이들의 생각을 상당 부분 조작해낼 수 있음을 증명한다.
행복한 삶에 대한 질문을 먼저 들은 집단에서는 대답 사이에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았다.
이는 데이트를 하지 못한 사람들도 본인이 행복하다고 대답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데이트를 많이 했다고 응답한 사람들에서도 스스로가 불행하다고 응답한 이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질문의 순서를 뒤바꾼 'CASE 2'에서는 유의미하게,
사람들의 초점이 '행복한 삶의 판단 기준 = 최근의 데이트 경험 유무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에 맞춰졌다.
특정한 순서로 질문을 들은 사람들은 행복과 연애를 상관성 있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따라서 데이트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본인이 행복하다고 생각했고, 반대로 데이트를 하지 못한 사람은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데이트에 관한 질문을 먼저 받은 사람들은
그들의 초점이 선행된 질문, 즉 선행되어 듣게 된 말로 옮겨져,
행복에 대한 판단 기준을 자연스레 선행된 질문에 맞추고
데이트 횟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응답을 했던 것이다.
이것은 굉장히 단순하지만, 그래서 굉장히 놀라운 결과다.
우리 마음의 신념이 얼마나 나약하고, 굳세지 못한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의 내면의 주관적 판단, 또는 자신의 느낌은
우리가 당시 우연한 이유로 어떤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의도, 그리고 설계된 말을 통해 사람들의 의식의 방향성은 조작될 수 있다.
자신의 의지에 상관없이 말이다.
마케팅은 과학적으로,
첫번째 에피소드는 '초점 맞추기 착각(Focusing Illusion)'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우리는 이렇게 과학적 관점에서 우리 뇌의 특성들을 분석하여, 마케팅 인사이트로 활용할 수 있다.
카피를 쓰는가? 상세페이지를 기획하고 있는가? 구매전환을 일으키고 싶은가?
타겟 오디언스에게 어떤 말을 먼저 건넬지, 어떤 말을 통해 초점을 전환시킬지 충분히 생각해보자.
사소하다고 생각한 모든 말조차 의미가 있다.
당신의 모든 말 하나하나가 메세지다.
-Reference : 도서 '클루지(KLUGE)', Gary Mar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