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참 좋은 말인데도 추상적이다. 무엇이 행복이고 불행인지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다.
작고한 신해철이란 가수가 과거 진행했던 라디오프로그램 음악도시 클로징 멘트가 있다. 아직도 회자되는 이야기인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자체로도 의미있다.
- 신해철 FM 음악도시 마지막 편지 1997. 9.3 방송분 -
저는 사춘기 시절,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려고
철학과에 진학했지만 공부도 재미없었고, 제가 생각했던 것들과 달라서
대답하는 걸 그만 포기하고 그냥 잊고 사는 게 훨씬 편하다
뭐 그런 것만 배웠습니다.
그런데 <음악도시>를 그만두는 지금,
이제야 그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게 된 것 같네요.
우리가 왜 사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말이죠.
바로'행복해지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찾고 있는 그 행복은 남들이 우와! 하는 빛나는 장미 한 송이가
수북이 모여있는 안개 꽃다발 같아서 우리 주변에 숨어있는 조그마한
한 송이를 관찰하고, 주워서 꽃다발을 만들었을 때 그 실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인생이 여행이라고 치면, 그 여행의 목적은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게 아니라
창밖도 좀 보고, 옆 사람과 즐겁게 얘길 나누고
그런 과정이라는 걸 예전엔 왜 몰랐을까요?
미래를 위해 현재를 반납해라. 인생은 잘나가는 게 장땡이고,
남들이 부러워해야 성공이다.
우린 이런 논리들을 분명히 거절했습니다.
여러분들이 그 안개 꽃다발 행복을 들고 있는 이상 누구도 여러분들을
패배자라고 부르지 못할 겁니다.
기억하세요.
행복은 빛나는 장미 한 송이가 아니라,
수북하게 모여있는 안개 꽃다발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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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도 안개 꽃다발이, 여행이라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이, 산다는 것이 모두모두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 삶의 마지막 클로징 멘트에 대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