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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빈 Nov 01. 2023

위험한 낭만이 된 짝사랑



요즘 힙합씬에서 핫한 빅나티(서동현)

그리고 그의 노래 밴쿠버.

짝사랑이 낭만이 되어 돌아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9년 넘게 이어진 짝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 곡씩 노래에 담았는데 그중 그 사랑의 결실을 담은 곡이 밴쿠버 2이다.


어린 시절 짝사랑했던 친구를 지구 반대편 밴쿠버로 떠나보낸 후, 그 친구에 대한 마음을 끝까지 지키고 기다리다, 결국 원했던 사랑의 결실 맺어 끝까지 가져가겠다는 마음의 가사였다.


노래가 좋아서, 멜로디가 좋아서, 그 가사에 감정이 온전히 담겨있는 것 같다.


”네 옆에 내가 있을 수 있다면, 네 옆자리 지금의 내 젊음을 고민 없이 전부 다 태울 테니“


이 사랑 노래의 가사는 일반적인 사람이 품을 수 없는 깊은 마음을 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 옆에 있을 수 있다면, 그 전의 청춘을 모두 태울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보편적이지 않은 사랑이야기가 담겼기에 더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한 번쯤은 그런 낭만적인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짝사랑도 괜찮은 경험인 것 같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서 누군가의 사랑을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의 여유는 점점 사라진다. 막연히 한 사랑을 기다리기에는 그 시간이 아깝다. 게다가 짝사랑의 모든 결말이 사랑의 결실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루어지지 않는 짝사랑을 붙잡는 건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고백은 시작이 아닌 확인이란 말처럼 서로의 마음에 확신이 있는 관계에 마음을 두는 게 더 안정적이고 편안했다.


내 고등학교 시절에도 짝사랑의 상징인 친구가 있었다. 시크한 성격을 가졌던 나와는 달리 굉장한 인싸력을 가진 친구였다.


그 친구는 짝사랑하는 여자 애가 한 명 있었다. 그리 화려한 외모를 가진 애는 아니었지만, 귀여운 매력이 있는 조그만 친구였다. 내 인싸친구 놈은 그 애를 짝사랑했다.


그런데 그 짝사랑은 조용한 짝사랑이 아닌 공개적인 짝사랑이었다. 정말 확고한 자신만의 이상형이었는지 그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짝사랑하는 모습을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보일 수 있었던 그 친구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내 친구가 그 여자애를 좋아하는 것을 주변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끝까지 솔직하게 직진했던 친구의 마음은 순수했던 학창 시절의 추억일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내내 시간을 두고 수 차례 대시를 했던 친구의 표현은 빈번히 거절되었다. 그 여자애의 생각이 확고했던 걸까?


”세 번이나 고백에 차인 놈“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업적으로 인해 친구는 ‘세차남’이라는 별명까지 갖게 되었다. 물론 친구는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듯 보였다. 그 떳떳한 모습은 충분히 멋졌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짝사랑은 결국 어떻게 됐을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공개적으로 못 박아버리는 순간 “걔는 그 여자애 좋아하는 남자 애 아니야?”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버린다. 이미지가 못 박혀버리는 것과 같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친구는 그 마음을 포기하고 다른 사랑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연애의 선택은 자유이고, 그 선택이 나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 친구는 그 여자애의 주변 친구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 여자애에 대한 마음이 그리 가벼웠던 것인지, 일편단심의 마음이 어찌 변할 수 있는지, 그런 마음을 동네방네 떠들었는지 말이다.


물론 친구는 끝까지 떳떳했다. 최선을 다해 본인의 마음을 표현했었다. 나는 단지 왜 무리하면서 받아주지 않는 그 마음을 공개적으로 표현했는지 아쉬운 생각이 남을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친구에겐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그 친구는 을의 사랑을 자처하는 듯했다.


친구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그 여자 애한테 마음을 놓지 못했었느냐. 네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애한테 그렇게까지 매달린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친구는 내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자기도 모르게 짝사랑에 빠져 을의 사랑을 자처했었던 것 같다더라. 이루어질 수 없을 사랑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는 자신의 모습을 낭만스럽게 여기고, 사랑을 위해 전전긍긍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본인의 모습을 로맨틱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짝사랑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스스로의 감정에 속았던 걸까?


부풀려진 감정들이 상대방의 마음에 닿는다면, 그 사람을 위해 그 어떤 시간을 태워도 아깝지 않을 거다. 하지만 스스로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을 로맨틱하게 여기며 집착했던 내 친구가 안타까웠다.


짝사랑은 사랑을 주는 것도, 사랑을 받는 것도 아니다.

혼자 조용히 사랑을 품는 것이다.


품었던 사랑이 저 멀리 밴쿠버를 넘어 전해진다면 더 말할 것 없는 로맨틱한 낭만이겠지만, 돌아선 짝사랑에겐 공허한 마음에 화살이 꽂힐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그 친구의 기나긴 짝사랑은 위험한 낭만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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