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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이 Dec 14. 2023

아이돌이 뭐예요?

덕통사고


어쩌다가 덕통사고가 났다.


노래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돌일 거라 생각 못 했고, 유튜브를 찾아보기 전까지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TV를 보는데 낯익은 이름의 가수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내가 듣던 그 노래가 저 아이돌의 노래라고?


아이돌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기에 어리벙벙했다.


충격도 잠시 다음에 유튜브를 찾아봐야겠다며 미뤄뒀다.


그러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여유로운 아침 시간에 그 노래를 검색해 동영상을 보고 말았다.


보지 말았어야 했다.


귀차니즘에 뭐든 미루기 일쑤인 나이니 끝까지 미뤄뒀어야 했다.


아들뻘 아이돌에게 이렇게 푹 빠질 줄이야…….





결혼 초 남편이 음악방송을, 그것도 여돌을 보는 것이 꼴 보기 싫었다.


몇 번 눈총을 줬더니 어느 순간 보지 않더라.


남몰래 보는지는 몰라도 일단 대놓고 보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좋아한 가수는 god이다.


그것도 남몰래 노래를 들으며 좋아했지, 콘서트 한 번 가본 적이 없었다.


친구가 이승환 님을 좋아해 따라갔던 게 처음이자 마지막 콘서트였다.


물론 콘서트에 가서도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모르는 노래가 많아 열광적인 친구 옆에서 눈치껏 소리를 질렀던 게 다다.


그런데 마흔이 넘어서야 그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나이를 먹는 게 그리 싫지 않았다.


마흔이라는 나이가 생각보다 좋았다.


마흔이 되어서야 하고 싶은 것이 생겼고,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겼다.


깊은 주름과 하나씩 올라오는 흰머리를 볼 때마다 울적해졌지만 그 외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아… 체력이 떨어지고 무릎이 아파진 것만 빼면.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나이를 보니 거의 아들 뻘이었다.


띠동갑을 훨씬 웃돌았다.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내가 콘서트에 갈 수나 있을까 싶었다.


노래가 좋아 찾아보게 됐지만 깊게 빠져들게 된 건 외모가 한몫했다.


재밌는 드라마를 보면 한 번씩 배우들에게 빠졌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나면 한 달도 못 돼서 잊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한 아이돌은(요즘 아이돌이 다 그런가?) 콘텐츠가 너무 많았다.


무대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멋지고, 자체 예능은 미친 듯이 웃기고 귀여워서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덕후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어린 시절로 놀아가라면 언제나 대답은 NO 다.


20대를 즐기지 못했고, 30대는 육아를 하느라 늘 지쳐 있었다.


누군가는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던데, 가정환경이 좋지 못했던 나로서는 다시 태어나도 학창 시절을 스킵하고 싶다.


한 번쯤은 다시 20대로 돌아가 보고 싶기는 하다.


암울했던 나를 꼭 안아주고 싶다.


그때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연민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


환경을 탓하고 나를 원망하는 게 제일 쉬웠다.


우울증이 심해 죽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그때의 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위로해 줄 사람은 나뿐이었는데…….


연민에 빠져 있을 뿐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다.


허무하게 보낸 시간이 아깝기도 하지만, 내가 날 이해하지 못했다는 게 가장 안타깝다.


그저 어둠 속에서 구해줄 누군가를 기다렸다.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몸을 내던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건 아이를 낳고 처음 느꼈다.(남편 미안;;;)



딴 길로 빠졌지만 그만큼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어린아이돌에게 빠지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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