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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이 Dec 16. 2023

인정하고 싶지 않아!

얼빠라는 걸


그들의 노래가 좋아 유튜브를 찾아보게 됐지만, 외모가 내 취향이 아니었다면 덕통사고까지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남자… 얼굴을 안 본다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그저 전형적인 미남상을 선호하지 않을 뿐.


내가 좋아하는 그룹은 모두 얼굴이 뛰어나게 잘생겼다.


각자의 매력이 다르고 성격이 뚜렷해 최애가 갈릴뿐 그들 모두 너무 귀엽다.


물론, 나의 최애는 멋지기까지 하지만^^;;;



처음 그를 마음에 담은 건 직캠을 본 후였다.


몸이 부서질 듯 춤을 추면서도 애절하고 몽환적인 표정을 짓는 사람이라니.


아이돌을 찾아보지 않았기에 그 모습은 나에게 충격적이었다.


멜론 차트에 아이돌 노래가 올라와 있으면 그 노래만 걷어내고 들었던 내가 아이돌 노래에 이렇게 열광하게 될 줄이야.


노래가 좋아 시작됐지만, 결국 그들의 모든 것을 좋아하게 돼버렸다.


무대에서의 모습은 말할 것도 없지만 망가지고 웃긴 영상마저 치명적이었다.


하루 종일 그들의 영상만 보라고 해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즐겨보던 예능과 먹방도 예전처럼 재밌지 않았다.


무조건 남는 시간엔 그들을 본다.


엄마 미소를 장착한 채.



아이돌은 많이 바쁘겠지?


막연하게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은 정말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자신의 일을 사랑했고, 조금이라도 발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방탄소년단에게 빠져 아미가 된 사람들 중에 연습하는 열정에 반했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았다.


그렇다.


그들 또한 끊임없이 연습하고 작업하고 소통했다.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켰다.


그들은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누구보다 간절했다.


그들을 보며 내 삶을 돌아봤다.


난 20대에 그렇게 열심히 살지 못했는데,,,


20대의 풋풋함과 열정이 부러웠다.


의심 없이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에 존경심마저 들었다.



아이돌의 두려움은 상상이상으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생방송 무대에서 실수할까 긴장하고, 매사에 언행을 조심한다.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끊임없는 연습으로 두려움을 극복한다.



나는 두려움 뒤에 숨는 것이 편했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기대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수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20대의 난 열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물 한 방울 닿지 못 한 잡초처럼 메마르고 황폐했다.


쩍쩍 갈라지는 땅을 방치했다.


어린 시절이 힘들었게에 평생 행복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행복을 선택하는 건 너무 어려웠다.


고통과 좌절을 선택하는 게 나다운 것이었고, 나의 상황과도 꽤나 잘 어울렸다.


쉬운 선택을 한 대신 난 20대를 통째로 날려 버렸다.


여전히 나에겐 열정이 부족하다.


온갖 근심, 걱정들이 어리석게 품은 희망을 무참히 짓밟는다.



누구보다 주위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기에 덕통사고를 당했을 때 믿을 수 없었다.


이 나이에 아들뻘인 아이돌을?


부정하고 싶었다.


다른 아이돌을 보지 못해 그럴 거라 생각했다.


난 조심성이 많은 사람이다.


동선과 혹시 모를 상황을 머릿속으로 가동해 보지 않고서는 외출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급작스러운 사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평소에 방탄소년단 ‘뷔’를 멋있다고 생각했기에(얼빠 맞다) 그에게 관심을 분산시키려 애썼다.


덕분에 ‘뷔’의 반전 매력을 알게 됐지만, 최애 그룹이 바뀌지는 않았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왜 그토록 인기가 많은지 이해가 되었다.



뭐든 중독이라면 뒷걸음질부터 치는 내가 남는 시간을 족족 최애돌을 보느라 시간을 보냈다.


생산적이지 않은 시간이란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다.


웹 소설에 도전 중이었기에 최애돌을 보기보다 글쓰기에 전념해야 했다.


하지만 일단 한 번 그들의 영상을 보면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렇게 하나만 더를 외치다 아까운 오전 시간을 통으로 날리기를 밥 먹듯 했다.



드라마에 꽂혀도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단, 드라마가 끝나면 주인공 앓이가 한 달을 넘지는 않았다.


드라마를 몰아 보느라 아이도 뒷전이던 그때도 문제였지만, 일단 드라마를 끝까지 보기만 하면 하루가 다르게 주인공 앓이가 시들해졌다.


그런데 아이돌은(요즘 연예인들은 다 그런가?) 소통을 쉬지 않았다.


보고 싶을 때쯤(물론, 매일 보고 싶지만) 어김없이 찾아와 준다.


빽빽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짬을 내 소통을 하려는 그들이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너무 짠했다.


아이돌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란 걸 그들을 통해 절감했다.


몸이 부서져라 춤을 추면서 흔들리지 않는 라이브를 할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단 것인가?


덕분에 눈과 귀가 즐겁고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지만, 그들의 관절이 걱정되는 건 마흔이 넘은 나이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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