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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운 Feb 27. 2023

#1. 회사가 지겨워 질때 누구나 하는 생각

20대 직장인이 독립서점을 열기까지

2022년 12월 31일.

2022년의 마지막날이자, 2023년의 하루 전.

오늘 같은 날은 괜스레 계획을 세워보게 된다.

빈 노트엔 커서만 깜빡이다가, 내가 겨우 한 줄 쓴 건 역시 ‘다이어트’.

새해 계획의 단골손님 같은 놈.

올해는 기필코! 의 대명사 같은 녀석이라, 이제는 빠지면 섭섭할 정도다.

어차피 못 이룰테니 재빨리 다음 목표로 넘어가본다.


다음은 뭘까, 또 한참의 고민.

회사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커리어 쌓기 정도이려나.

이제는 5년차 직장인, 회사에서는 O대리. 회사도 제법 인기있고, 나름 주목받고 있는 사업을 하는 부서에서 한가하지 않게 일하고 있다.

커리어를 신중하게 쌓아가야 할 시점이 왔다. 물론 회사에서는 진심으로 성실한 O대리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든 생각,

지금의 나를 ‘직장인 O대리’ 말고 또 무어라고 형용할 수 있을까?


.....


당황스럽게도 단 한글자도 떠오르지 않는다. 혹은 나 자신이 직장인이 아닌 모습을 상상하기 싫었던 걸지도 모른다.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생활, 그 자체에 취해있었다.


회사에서 월급이 안 나올 일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해고당할 일도 없다.

매일 눈앞에 주어진 내 몫을 처리해 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다보니 내가 내 생활의 주인이 아닌, 생활이 나를 잡아먹고 있었더랬다. 매일 일상에 조금씩 안정제를 탄 듯, 퇴근 후엔 홀린듯이 여유로운 마음으로 드러누워 하릴없이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바다에서 유영하고 있었다.


평범하지만 안정적인 일상이 받쳐주니. 무언가 다른 짓을 해보고 싶은 충동이랄까, 용기같은 것이 생겼다. 심지어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무언가를. (평소엔 절대 즉흥적인 짓을 하지 않는 파워 J이다)


그래, 뭐라도 하자. 00인이 되어보자...


직장인 말고도 뭐든,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하는 그런 사람이 되자!

이런 결심이, 확언처럼 떠올랐다. 그런데 뭘 해야 할지는 몰랐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단 한번도 고민해보지 않았었다.


운동인? 아냐 운동은 매일 할만큼 좋아하진 않아...

재테크인? 그렇게까지 돈 벌 마음도 재주도 없는데...


그냥 답이 나오진 않았기에,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마냥 끄적여 보기 시작했다.

(일단 무작정 노트를 펴서 뭐라도 좋아하는 키워드를 적어보세요. 명사던 형용사던 부사던 상관없습니다, 30개만 적어봐도 그 키워드간 연결고리가 반드시 나타납니다)

제일 먼저 떠오른 키워드 - ‘책’

나 책 좋아하지. 유치원 때도 아빠가 책을 읽어줘야만 잠들어서, 아침 머리맡엔 읽은 동화책이 가득이었으니까.

초등학생 때는 해리포터 시리즈에 빠져서 밤새 보느라 눈이 나빠져 안경까지 쓰게 됐고,

중학생 때는 mp3에 담은 귀요미 소설에 완전히 중독되었고, 고등학생 때는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고 또 읽으며 ‘진정한 사랑은 결국 고독함인가’에 대해 (매우)진지하게 고민했더랬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혹은 당연하게 책을 좋아하는 어른으로 크게 되었는데, 정작 그 사실은 자연스럽게 잊고 살았던 거다.

그림도 좋아해. 그림을 그리는 것도, 보는 것도 같은 마음으로 좋아한다.

미술대회에서 각종 상은 물론이거니와, 집에서는 혼자 만화도 만들곤 했다.

딸이 그림을 곧잘 그리는 걸 좋아하셨던 엄마는 만화가용 라이트박스와 마커 등도 아낌없이 사주셨더랬다.

미술관, 박물관 가는 것도 좋아해서 중딩따위가 괜히 그림 앞에서 감상하는 척 30분씩 폼을 잡기도 했고,

대학 전공까지 관련된 학과를 가게 되었다.

커피를 좋아한 역사도 제법 길다. 초등학생 때는 편의점 캔커피를 좋아했고(부모님은 크게 말리진 않으셨다, 어쨌든 키는 초등학생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중학생 때는 그때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이디야 커피’에서 카라멜 마키아토 같은 당분 듬뿍 커피를 자주 마셨다.(덕분에 얻은 트랜스지방은 지금도 함께하고 있다)

고등학생 때는 달달한 병커피, 대학생 때부턴 라떼에 중독된 삶을 살고 있다.

요새는 브루잉 커피에 관심이 많아 원두를 공부하려 한다.


마지막으론, 좋아하는 것 정도를 떠나 내 삶의 일부인 것.

반려견과의 일상. 초등학생 때부터 함께한 강아지를 한 번 강아지별로 떠나보내고,

2016년부터 내 삶에 불쑥 나타나 강력한 존재감을 뽐내는 강아지 네 녀석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 녀석들과의 삶은 나의 특성 중 하나, 지금의 나를 만든 어떤 우주의 기운이랄까? 강아지라는 키워드를 떼어낸 나 자신은 전혀 상상할수 없다.


결론적으로 나의 삶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는

책, 그림, 커피, 반려견 이구나.

이렇게 1차 정리가 되었다.


그러면 이걸 다 할 수 있는 그런 OO인이 되면 안되나?


막연한 물음표가 마음속에 떠올랐다. 누군가도 분명히 이런 생각이 든 적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물음표를 풀기 위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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