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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운 Feb 27. 2023

#2. 요즘 독립서점 너무 많지 않아?

20대 직장인이 독립서점을 열기까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의 교집합을 정리하다보니, 제일 명쾌한 것은 '책'이었다.


책은 읽지 않아도, 보기만 해도 그저 사서 두기만 해도 마음이 흐뭇해지는 그런 것이었다.

어떤 지역에 가도 늘 그 지역의 서점을 찾아갔고 뭐라도 한 권 사들고 나와야 할 일을 다한 기분이었으니까.


게다가 난 남들에게 무언가 소개하는 데에 재주가 있었다. 스스로 논리적이라고 말하긴 뭣하지만,

내가 무언가를 주변에 소개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따라사거나, '와 그래? 좋은데?' 같은 반응을 보이곤 했다.

(판매직을 했어도 잘 했을 것 같다)


감성적으로나 이성적으로나 나는 '책'으로 무언가를 시작하는게 맞았다.

작가가 된다거나, 출판사에 들어간다거나, 서점을 연다거나.


제일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역시 서점을 여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찬 공간이라니, 상상만해도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가족들과 복작복작하게 같이 살고있는 나에겐, 늘 열망의 대상이 '나만의 공간'.


그렇게 사고회로가 얼렁뚱땅 이렇게 흘러가게 된 것.

좋아하고 잘하는 것 -> 책 -> 책이 많은 공간이면 좋겠다 -> 서점을 열까?

-> 내 취향에 맞는 작은 독립서점을 여는거야!


머릿속이 정리되었으니, 이제는 몸이 움직여야 할 때가 아닌가.

평소에 인스타그램으로 늘 찜해놓고 보던 독립서점을 전부 답사해보기로 했다.


유0서점, 사0서점, 땡0서점, 마0서점, 브0서점 ...

서울부터 수원, 군산, 부산까지 들뜬 마음으로 나홀로 워크샵을 다녀왔더랬다.


그렇게 꾸려진 공간들은 실제로 가보니 더욱 마음에 와닿는 것들이 있었다.

단순히 누군가가 '예쁜'공간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

책 한권, 엽서 한장, 봉투 하나에도 취향과 고민을 듬뿍 묻혀놓은게 현장에서야 비로소 느껴졌다.


와 여기는 봉투에 이런 스티커를 붙여주는구나, 여기는 조그만 연필을 주네,

여기는 직접 북페어도 주최하는구나, 정말 멋지다... 정말 멋진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구나...!


조용한 서점안에서 터져나오는 감동과 감탄을 꾹꾹 삼키고 있었더랬다.


머리와 몸이 모두 강렬히 독립서점을 열어보자고 이끌고 있었다.

혹자는 말한다 "요즘 독립서점 너무 많지 않아?"

그 뒤에 생략된 말은 이러하리라 - "그냥 교보문고나 가지, 누가 그런데서 정가주고 책을 산다고."

그런 사람들은 서점을 책의 슈퍼마켓 정도로 생각한다.


독립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책을 소비재로서 다루는 것이 아닌, 공간과 사람 그리고 책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자리를 내어주는 곳이다.

사람들은 공간에 이끌려 왔다가, 책이라는 매개체로 다른 세상과 연결되며, 타인을 궁금해하고 알아가고자 한다.

누군가의 취향과 고민이 듬뿍 묻어난 곳에서 또다른 누군가는 실컷 사유할 자유가 생긴다.


그런 곳, 그런 독립서점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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