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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을 왜 엄마가 정해요??

유치원을 다니는 건 난데 왜 엄마가 정하는 거죠?

by 초승달


반짝이는 내 직장 내 어린이집에 다니며

출퇴근을 함께 하고 있다.


나의 출근이 곧 그녀의 등원이고

나의 퇴근이 곧 그녀의 하원인….


보조 양육자의 도움 없이 키우는 워킹맘이라

기관을 선택하는 기준이 엄마 회사 일정이 1순위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나마 이런 편의를 받을 수 있는 회사에게 감사할 뿐)


회사 어린이집은 케어가 정말 잘되고 있고

선생님들에 음식에 프로그램까지 최상의 만족을 하게 되는 곳이라

스스로 복 받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애사심이 정말 커진 스타일이라….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6세까지라는 거다 ㅠㅠ


공간상의 이유로 7세 반이 없는….


올해 6세인 딸은 생애 첫 기관의 졸업을 앞두고 있다.


워낙 타고난 기질 자체가 예민한 편인 데다가

낯선 환경에 대한 긴장도가 높은 아이라

유치원에 대해 내심 스스로 걱정이 되는지

일곱 살이 되기 싫다고 떡국도 안 먹겠다고 ㅋㅋㅋㅋㅋ


유치원에 대해서 아이가 원하는 조건을 물어보니

단 한 가지.

“엄마가 등하원을 시켰으면 좋겠다”였다.


돌봄 선생님을 쓰지 않고.. 직장인 엄마가 하원을 시킬 수 있는 곳은 정말 한정적이라.

방학이 짧고, 일주일에 3번 정도는 엄마가 하원이 가능한 곳을 추려서 4군데 정도 후보를 꾸렸다.

1. 회사 근처 다른 직장 어린이집 : 등하원 모두 가능하나 추가적인 학원은 다니기 어려운 환경

2. 집 근처 일반 유치원 : 워킹맘에 최적화된 곳이지만, 방과 후 과정을 하면 하원 셔틀이 없어서 학원에 다녀야 하고 학원으로 하원픽업을 가야 는데

직장에서 거리가 좀 있다 보니 하원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됨

3. 집 근처 영어유치원 : 2번 유치원과 같은 이슈

4. 회사 근처 영어유치원 : 회사 바로 앞에 셔틀이 오지만 퇴근 시에 셔틀 시간에 매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며 같이 출근해서 셔틀을 또 타고 유치원에 가야 해서

아이가 너무 피곤해할 거 같은…


4군데를 놓고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이가 물었다.


“엄마 근데 내가 다니는 유치원인데 왜 엄마가 상담받고 엄마가 고민하고 엄마가 정해?”

“응??? 엄마니까… 너의 보호자잖아. 넌 아이이고 엄마가 어른이니까 엄마가 정하지”

“엄마 근데 내가 다니는 곳이니까 내가 설명을 듣고, 내가 그곳을 가보고, 내가 선생님을 만나보고, 내가 정해야지”

“넌 아이니까 엄마가 대신하는 거야”

“그래도 내가 다닐 곳이니까 일단 내가 보고 엄마는 내 생각을 듣고, 그리고 엄마가 정해야지”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아이를 동반해서는 시설투어가 안되고

아이를 동반해서는 상담이 안되는데…

아이 입장에선 본인이 하루종일 다닐 곳인데

본인이 정하고 싶은 게 맞는 말이긴 하다.


여섯 살 아이가 할 말인가 싶었다가도

뭐라 반박하기 어려운….


대신 외관은 다니면서 보여주고

내부 시설과 일과에 대해서 아이에게 설명해 주기로 약속했다.


또 아이에게 궁금한 게 있으면 말해달라고 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기로 약속했다.


집에서 부장님을 모시는 기분이 이런 건가 ㅋㅋㅋㅋ


주도적인 아이라 다행이긴 한데

이 아이를 사춘기 때 평화롭게 잘 보낼 수 있을까 살짝 염려가 되기도 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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