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yo Sep 19. 2024

43. 가자 아마존으로.

콜롬비아 | 세계일주를 하게 된 계기

아마존의 기후는 상당히 고온 다습이다.

기온은 말할 것도 없고 습도가 매우 높아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정도다.

그리고 우거진 숲속에는 온갖 동물/곤충/식물들이 살고있는데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정체불명의 동식물외계인이 아니다 또는 맹독성을 가진 동식물이 있으므로 사람이 살기에는 끝내주게 힘든 곳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병충해도 많고 질병도 자주 발생해서 이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대부분 포션 약초빨로 생존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오죽하면 녹색의 지옥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다.  /  출처 : 나무위키 - 아마조니아(2016-07-02 수정)




대학교를 다니고 있을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느 날 문득, 정말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존에 가보고 싶다!'


처음에는 그냥 잠깐 스쳐가는 생각이었다.

그런 줄 알았다.


 '아마존에 가보고 싶구나'

 '아마존에 가자'

 '아마존에 가야지'

 '아마존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남미구나'

 '남미 어느 나라지? 브라질?'

 '일단 브라질에 가야 하나?'

 

그런데 하루가 지나도 일주일이 지나도 한 달이 지나도 그 생각이 들었다.

계속.


 '아니, 도대체 아마존이란 곳이 어떤 곳이길래 내가 이토록 가고 싶은 것일까?'

(한국인은 아니, 근데, 진짜를 빼면 말을 할 수가 없다. 나 또한 그렇다. 고로 나는 한국인이다.(?))

그냥 뜬금없이 떠오른 생각이 계속되니 아마존이란 곳에 대한 원초적인 호기심이 생겼다.


늘 그래왔듯이 익숙한 나무위키를 켰다. 아마존(아마조니아)을 검색했다.

(아.. 마.. 존... 조로 존존존...)


나는 아마존이란 곳이 브라질에 있는 커다란 정글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실제 아마존은 그 넓이가 어마무시하여 남미 대부분의 국가에 펼쳐진 거대한 열대우림 지역이었다.

(괜히 지구의 허파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시절 내가 왜 그렇게 아마존이란 곳에 집착을 했는지는 아마존이란 곳을 검색하면서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아마존이라는 곳이 당시 내가 생각하기에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가기 힘든 곳이고, 가장 살아남기 힘든 오지의 야생이었다.

미지의 세계 같은 느낌도 있고..? (디지몬 월드?)

근데 이 오지를 가서 무사히 살아 돌아온다면 나중에 살다가 그 어떤 힘든 일을 겪어도 잘 풀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모험과 서바이벌, 그리고 해적왕(?)에 대한 로망이 가슴속 한편에 있지 않은가!)


그렇게 아마존에 대해 찾아보다 보니 아마존에 는 방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존에 가려면 막연히 브라질의 어딘가에서 지프차를 타고 들어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아마존은 남미 대부분의 국가에 펼쳐져 있다.

콜롬비아에서도 갈 수 있고, 페루에서도 갈 수 있고, 볼리비아에서도 갈 수 있다.

물론 브라질에서도 갈 수 있다.


매일을 이런 생각들을 했더니 왠지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짜 갈 수 있겠다 싶더라.


처음에는 그냥 막연하게 '가고 싶다.'였던 감정이 점점 '갈 수 있겠는데?', '가야겠다.'가 되었다.


2008 ~ 2009년 한참 밴드에 빠져 롹스피릿에 충만하던 그 시절.

그렇게 나에겐 '아마존에 가야겠다.'란 꿈이 생겼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단순히 '아마존에 가야겠다.'란 꿈을 가지고 있으면 언제까지나 미룰 걸 알기에 나는 조금 더 생각해 보았다.


 '그럼 언제까지 가보고 싶은가?'

 '서른이 되기 전까지 가보고 싶구나!'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 아마존에 갔다 와야겠다.' 

그렇게 조금은 구체적인 꿈이 생겼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꿈은 꿈을 먹고 자란다.'라고-


그렇게 아마존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점점 가고 싶은 곳이 늘어났다.

그냥 막연히 가고 싶었던 곳들이, 그 힘든 아마존에도 갈 수 있는데 어디라고 못 갈까? 가면 되지! 하는 생각.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보러 가고 싶었고,

페루의 마추픽추도 보고 싶었다.

(나는 세계 7대 불가사의, 고대문명 이런 걸 좋아한다.)

유럽의 고성들도 보고 싶었다.

정말 우크라이나는 비둘기 마저 예쁜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고,

(근데 막상 가서 보니 비둘기는 한국이랑 똑같다. 안 예쁨.ㅎ(스포))

빛 하나 없는 사막의 밤하늘에는 얼마나 많은 별이 있는지 보고 싶었다.


근데 얘네들을 보러 가는데 한국에서 아마존에 갔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가

피라미드 보러 이집트에 갔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가

또 딴 데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또 어디 가고 하려니 뭔가 너무 아까운 것이었다.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시간낭비 돈낭비인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럼 까짓 거 그냥 시원하게 지구 한 바퀴 돌면서 세계일주나 하고 와야겠다.'라는 꿈이 생겼다.


(왜 세계일주를 하게 되었을까 궁금하게 생각했던 사람들도 꽤 있을 텐데 이런 게 세계일주의 이유라 조금 미안하다.)

(한국에서의 삶이 지쳐서, 리프레쉬가 필요해서, 세계 각국을 둘러보며 국제정세를 파악하고 글로벌한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고 싶어서 뭐 그런 거창한 이유 아님ㅎ)


아마존은 나의 꿈의 시발점이자 계기가 되어주었고

세계일주의 꿈을 꿀 수 있게 해 주었다.


다행히 여건이 좋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장교로 군생활을 하니 돈을 모을 수 있었고, 전역하면 시간도 많을 것이었다.

집안이 어려워 졸업과 동시에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만 할 만큼의 경제 수준도 아니었으며,

젊은 시절 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우리 부모님은 쿨했다.

(물론 이건 세계일주하고 오겠다고 '통보'한 날 알았지만.)

 

"세계일주요?

 물론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은 아닐 거예요.

 그래도요.. 못 할 일도 아니에요.

 할 수 있어요.

 꼭 해야 될 일은 아니에요.

 근데.. 나는 정말 하고 싶었어요.

 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했어요.

 비록 지금은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나중에 또 할 생각이에요.

 왜냐면 아직 승(?)이 덜 찼거든요.

 재밌었어요. 아주 좋았어요.

 내가 살아있구나 싶었어요.

 왜냐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배낭을 싸서 따뜻하고 편안한 집을 나섰고,

 덕분에 3년이란 시간을 돌아다닐 수 있었고,

 지금 여기에,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거겠죠?"




콜롬비아에서 에콰도르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큰 좌절을 맛봤다.

하지만 그 좌절을 이기고 나는 다시 일어섰다.


모처럼 남미까지 왔는데.

내 세계일주의 꿈을 꾸게 해 준 아마존이 눈앞에 있는데.

이곳에서 멈출 수 없지 않은가.


소중한 짐을 잃어버릴 때, 지나간 사진과 추억을 잃어버릴 때.

나는 가지고 있던 미련과 걱정도 함께 잃어버렸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다.

세계일주도 목표가 필요하고 목적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갱신해 나가는 것이 세계일주의 맛이다.

새삼스럽지만 나는 이곳에서 새롭게 목적지를 정했다.

내 꿈의 시작이었던 곳.



가자 아마존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