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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Mar 21. 2024

연애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었다

나는 30대 초반까지 살면서 가졌던 연애공백이 길어야 세 달이었다. 결혼을 준비하다가 헤어진 이후로는 나날이 그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지금, 4개월이 지나간다. 환승연애를 해본 적도 없었기에 그 때 당시의 공허함과 외로움을 채울 상대였다면 만나봤다고 할 수 있겠다. 쉽게 말하면 타이밍이 맞던 사람들과의 연애들이었다. 짧게는 1달, 길게는 3년. 여러 연애들을 거치면서 나에게 연애는 선택할 수 있는 사항들이라 생각되어왔다.


한 때 만났던 한 사람의 영향으로 나는 썸단계에 봤던 따스함도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고 결국엔 그도 내가 모를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걸 느꼈던 후로 더더욱 나는 사람을 믿지 않았다. 영원히 나를 사랑해 줄 사람? 그런 건 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세상에 나 하나 뿐이다.


연애라는 것들이 그렇게 나를 거쳐가고 마지막 카운터펀치로 파혼까지 마침표를 찍고난 지금의 나는 '사람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 '공평이란 무엇일까', '이성관계에 이상향이란'과 같은 다소 철학적인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연애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이켜볼 기회도 가진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 대한 기대도 없고,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시선도 없다. 뭐, 이거야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시간 지나면 다 괜찮아질거야"로 할 수 있다지만, 내 경우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삶에서 잘못된 선택들이 참 많기도 했는데 그 결과물이 지금의 나이고, 이 사람은 부족한 것이 너무나도 많다. 모아둔 돈도, 건강도, 외모도, 재산도 없다. 이런 나를 사랑해달라기엔 그저 철없는 순수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결국 "혼자 살자"는 결론이 된다.


요즘은 대놓고 비혼이라고 드러내고 다니지만 실상은 안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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