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지금 크나큰 부담이 있다. 결혼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가졌던 부담이지만 당최 떨쳐낼 방법을 몰라 여태 속에서만 끙끙 앓다 오늘의 나는 또 글로 그 답답함을 풀어낸다.
올해 4월에 진작 결혼했을 과거의 나를 기억하는 이는 꽤 많다. 인사발령을 이유로 회사에 알릴 수 밖에 없었기에 조금 이른 시기에 사람들에게 내 결혼은 모두 알려졌다. 원래라면 내 인사와 관련된 이들만 알아야겠지만 회사 조직이라는 것이 그리 나를 생각해주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는 공공연히 2024년 4월에 결혼할 사람이 되었었고 현재는 '2024년 4월 결혼한다고 했었던 사람'이 되었다.
타인의 시선은 나에게 다른 것보다 우선되는 가치는 아닌 듯 한데 타인도 타인 나름이라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늘 궁금하다. 내 첫 결혼소식을 가장 빨리 들었고 또 내 파혼소식을 나의 몸부림으로 인해 알게 된 모든 소중한 사람들. 그런 이들에게 또 한 번 나는 소식을 알려야만 한다. 알려야만 하는 이유도 역시나 소중해서. 그저 스쳐지나는 사람들에겐 툭하고 던져버리면 그만일 것이지만 조심스럽기가 정도를 몰라 나는 길을 잃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몇몇의 사람들은 술주정으로도 "나는 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란 시작과 끝을 이루는 10절 이상의 노랫말로 나를 다독여왔으며, 흔한 안부를 묻는 통화에서도 내 평안을 바랐기 때문에, 그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에 선뜻 그들의 걱정을 응원할 수 없는 법이었다.
그렇게 고민과 걱정을 거듭하다보면 늘 끝에는 숨고 싶었다. 그냥 소박하고 조용하게 식을 치루면 될 것을 왜 나는 남들 하는만큼만 하자고 또 일을 벌였을까. 부모님과의 연을 끊자 마음을 먹고 혼주석도 비우게 된 나는 더욱이 기울어져가는 내 결혼식이 마음이 아팠다. 축하와 축복 속에 청모를 이어가는 주변 동료들의 결혼소식을 들으며 더 초조해져만 갔다. 결혼소식을 알리며 설득 또는 해명 또는 설명같은 기나긴 글로나마 내 마음을 전해야할 것만 같다. 최소 1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글을 써야할지, 또 그렇게 전달하는 건 맞는 건지 어렵기만 하다.
나는 내 결혼소식을 알리는 게 너무 버겁다. 불륜을 저지르거나 바람이나 부정이 전혀 아닌데도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내 마음의 문제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