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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영미 Oct 21. 2022

귀촌일기. 10

공감에세이


빨래 널기에도 요령이 있다. 


“00 아빠 세탁기에 빨래 좀 꺼내 널어줘~”

하고는 점심 준비로 분주했다.

국이 없으면 안 되는 남편을 위해

냉동고를 뒤져 조갯살을 꺼내고 미역을 불려 바다 냄새가 나도록 굴 소스까지

양념으로 써서 미역국을 끓였다.


빨래를 너는 남편 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휴~ 빨랫줄에 빨래 걸치는 본새가

너무 생각 없이 걸치고는 집게를 꼽는다.

이런 일로 잔소리하기 진짜 싫은데 두고 볼 수만 없다.

이걸로 끝나면 몰라도 앞으로를 위해

모르는 일이다. 

내가 먼저 저 세상으로 가버릴 수도 있다.

홀로서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빨래 너는 남편에게 다가갔다.


아내 : 00 아빠 셔츠를 그렇게 널면 바람에 흔들려 

등 쪽으로 빨랫줄 자국 구김이 간다고!

그러면 나중에 다리미질을 해야 하잖아!

왜 다음 단계까지 생각을 못 하지?

탈탈 털어 칼라 아래쪽을 줄에 걸치고 집게를 꼽으라고~

그러면 빨랫줄도 여유 있고 널린 빨래 보기도 좋고....


남편은 잘 마르면 되지 뭔 상관?이라는 듯 

고쳐 널어대는 마누라 손길만 쳐다보고 있더니

본인 잠옷 티를 집어 빨랫줄에 넌다.


아내 : 그런 부들하고 칼라가 없는 티는

반대로 밑단을 줄에 걸치고 집게를 꼽으라고~


남편 : 잠옷인데 뭐~ 


아내 : 아무리 잠옷이라도 어깨 쪽에 집게를 꼽으면 집게 자국이 생겨 

뾰족 뽕을 넣은 것도 아니고 입었을 때 폼도 안 나고 우습잖아! 

머 살림하는 것이 쉬운 줄 알어?

나도 모르게 잔소리를 읊어댔다.



살림이 쉬운 줄 안다는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요즘엔 그렇게 말하는 사람 없는 것 같은데

예전엔 직장 생활하는 여성들에게 업무적인 지적보다 

여성 비하적으로 하는 말 


시집이나 가라.

에서 살림이나 해라. 

애나 봐라 등

살림살이가 누구나 아무나 하는 일처럼 우습게 봤다.


집에서 살림 사는 거 건설로 치면 종합건설이요

예술로 치면 종합예술이다.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집안 가꾸고, 아이 키우고,

가족 돌보는 일이 배움 없어도 하는 쉬운 일 같지만

직접 해 보시라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도 요즘엔 그 많던 집안일이 편리해지긴 했다.

밥은 햇반이라는 완성품을 사서 전자렌지에 

돌리면 따끈한 밥이 된다. 

국이나 반찬은 전문 요리사의 손맛을 낸 것들이 

한 끼 포장으로 깔끔하게 판매되고

빨래는 세탁소에서 청소는 로봇이......


하지만 이와 같은 완제품과 편리함을 가지기 위해서는

적잖은 살림 비용을 감당해야 하니 순전히 놀면서 편리함을 즐길 수도 없다.

그래서 살림만 하는 전업주부도 요즘은 찾기 힘들다.

능력껏 전문직으로 일하든, 시간제로 일하든 돈을 벌어야 하니 

돈 벌기 힘들어 이래저래 스트레스도 쌓인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남녀 가사분담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아내가 밥을 하면 남편은 청소를 하고

아내가 빨래하면 남편은 아이를 돌보고

어떤 날은 남편이 설거지를 하고 또 어떤 날은 아내가……

아무리 분담을 해서 살림을 한다 손치더라도

집안 살림 부담은 여자 몫이 크리라.


살림도 요령이 있더라.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하다 보면 좀 더 쉽고 물자와 비용이 절약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더란 것이다.


빨래에 구김이 없으면 다리미질 안 해도 되니

노동하지 않아서 좋고

전기료 절약되니 돈 버는 것이요 시간까지 번 샘이 된 것이다.

아무리 잠옷이라도 어깻죽지에 뽈록한 집게 자국 생긴 옷을 입어봐라

젠틀한 이미지 스타일만 구긴다.


아이고~~ 그까짓 거라고 우습게 보지 말라

한 달에 빨래 몇 번 하는지 세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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