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휴일
오늘은 휴일.
평소엔 늦잠대장인 내가 오늘은 일찍 일어난다.
몸도 마음도 가뿐하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애호박이 싱싱하게 누워있다.
맛있게 부쳐서 유노와 비단이를 먹여야겠다는 결심으로, 일찍 일어난 김에 호박전을 부치고 있다.
뒤이어 일어난 남편이 주방을 들여다보더니,
" 유노는 조~켔따. 비단이도 조~켔따, 저런 할머니가 있~어서~ "
유노와 비단이가 부럽다며 노래를 부른다.
제 때에 제대로 하지 못한 엄마노릇을 할머니가 되어서 유노와 비단이에게 쏟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할머니 노릇이 나는 참 행복하다.
잘 먹는 사과까지 곁들여서,
공원으로 산책 나간 아이들 집 빈아파트문 앞으로 딜리버리 하고 나는 카페로 향한다.
볼일 보러 나간 남편이 돌아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나만의 즐거움을 찾아간다.
호수공원이 보이는 카페에서 이제야 마시는 모닝커피.
거기에 드로잉까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행복한 시간이다.
오후엔 남편과 영화를 본다.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
문명이 파괴된 황폐한 세상이 배경인 . . . 취향 아닌 영화지만,
상상력은 상상초월이다. 감독은 누굴까? 궁금해진다.
남편이 이 영화를 픽한 이유는 감독 때문이라더니,
시리즈인 이 영화는 대단한 영화인 것은 확실하다.
저녁 만찬으로 준비한 고추장 감자 찌개.
햇감자가 뒹굴기에 돼지고기 넣고 고추장찌개를 끓인다.
별것 없이 고추장 듬뿍 넣어 잠시 볶다가 끓이면 되는 쉬운 조리법이지만,
고추장에서 느껴지는 향수랄까? 괜스레 어린 시절이 소환되는 칼칼한 고추장맛이 일품이다.
오늘은 어떠셨나요?
기억 속에 오늘의 즐거움과 행복을 저장하고
좋은 일을 생각하며 감사일기를 쓰는 이소소함 속에 오늘이,
오늘이 바로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