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나지 않을 것 같던, 태초부터 황무지였던 것처럼 황폐하기만 한 땅을 손을 대자 순식간에 마법처럼 내가 알던 밭으로 변했다. 고 말하고 싶은데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4월의 볕은 지난 몇 달, 그 어느때보다 더웠고 쪼그려 앉아 호미로 민들레나 민들레따위를 민들레 같은 것들을 뽑아내는 데에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수많은 잡초중에 내가 그 이름을 알만한 건 민들레 뿐이었다.
엄마는 그 와중에도 흰 민들레는 귀하니 캐지말고 두라 하셨지만 이내 흰 민들레건 금민들레건 구별할 여유도 없이 그저 기계적으로 모든 잡초를 캐내기 시작했다. 처음, 유기농 농법에 대해 이야길 들을 땐 잡초를 두는 것도 농사의 일환이라 잡초가 땅을 마르지 않게 하는 등의 장점이 분명 있다고 들었지만 작물과 잡초를 구분해 낼 능력이 없는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다 뽑아내기 시작했다. 잡초는 언제고 자랄테니까.
열 평 남짓한 텃밭은 두 시간을 넘어서자 제법 그 원래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열 평을 다시 반으로 나눠 다섯 평씩. 엄마와 나는 각자의 계획에 맞춰 고랑과 이랑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시 다듬어야 겠지만 대략적인 구역 정비는 필요했다. 굳은 허리를 소리가 나게 쫙 펴주자 키가 자라는 느낌이 들만큼 온 몸의 관절이 다시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직 경작되지 않은 미분양 텃밭이 바로 옆에 있어 절로 비교가 됐다. 쪼그려 앉아 반복적으로 잡초만 캐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달라지다니.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드는 건 물론 이미 농사를 한차례 성공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때의 생각이 얼마나 허황됐는지 겨우 알 것 같지만 그땐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