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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루 Jan 13. 2019

익숙한 그 냄새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엔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시골에서 자랐다.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할만큼의 깡촌은 아니었기에 박탈감 같은 걸 가지진 못했지만 생각해보면 옆집 친구의 아버지도 뒷집 아저씨도 농사를 지었다. 한 집 건너 한 집에 소나 염소 같은 가축을 키웠으니 사실상 시골은 시골이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문득 생각나는 건 일주일에 한 번 친구네 아버지 경운기 뒤에 타면 나던 냄새. 온갖 퇴비를 다 싣고 다니던 그 경운기에선 늘 똥냄새도 아니고 흙냄새도 아닌 이상한 냄새가 났는데 친구들은 그걸 소똥내라고 불렀으나 난 늘 그 단어를 입밖에 내지 않았던 것 같다.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분명히 달랐으니까. 



농사를 지으면서 일체의 농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대신에 최소한의 영양 공급으로 지정된 퇴비는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는데 처음 퇴비를 봉해 둔 실밥을 뜯는 순간 난 어릴적 경운기 뒤에서 맡았던 그 냄새를 떠올렸다. 썩은 나뭇가지 냄새 같기도 부패한 흙냄새 같기도 한 그 냄새. 



엄마는 퇴비를 뜯자마자 숨을 멈추고 질색팔색 표정을 있는대로 구겼지만 난 그 냄새가 왠지 그리운 무언갈 데려오는 것 같았다. 익숙한 그 냄새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언제나 그리운 어린 시절의 나, 친구들, 그 곳의 삶.




익숙한 냄새라는 것. 

익숙한 풍경이라는 것.

익숙한, 익숙한.

익숙한 것들이 나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익숙한 것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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