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간의 노력을 들여 드디어 첫번째 수확을 했다. 농사라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던가요? 라는 나의 예상된 물음은 할 새도 없이 땅은 열매는 풀은 제 몫의 역할을 해내며 잘 자라주었다. 퇴비를 제외하곤 제대로 된 비료 한 번 주지 못했지만, 가뭄에 콩나듯 물조리개로 나른 물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을지 알지 못했지만 노지 텃밭 가득 심은 허브때문인지 몇몇 배추류를 제외하곤 벌레도 먹지 않고 나의 생각대로 예쁘게 수확을 할 수 있었다.
약간의 허브, 한 웅큼의 상추, 꽤 많은 양의 겉절이용 배추.
밭에 있는 걸 전반적으로 조금씩 딴 건 처음이라 이 수확이 내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는 농사를 지어본 이만 알 것이다. 이후의 수확은 첫 수확에 비해 몇 배나 되는 많은 양이었지만 나는 처음, 이 수확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연하게 자라난 새잎, 그 웃대를 잘라내는 첫 가위질의 그 기분.
새벽녘 따온 작물들은 집에오자마자 잘 씻어 보관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밭에서 딴 채소류는 흙이 묻은 상태로 신문지에 싸 그늘에 보관하는 게 가장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라던데 나의 경험상 깨끗하게 세척한 다음 물을 털어낸 뒤 지퍼백안에 세워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게 가장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세척한 상추 중 얼마를 따로 내어 상을 차린다. 젓갈, 쌈장, 비엔나소시지, 쌀밥 한 그릇. 차릴 것도 먹을 것도 많지 않지만 적지도 않다. 한 끼 그저 잘 먹었다 할 정도의 밥상.
그래도 밭이 있어, 수확이 있어 온전히 내 손으로 차려 먹는 이 한끼가 얼마나 소중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