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일주일. 일주일이었다. 오키나와 여행으로 텃밭을 비운 것은.
마침 같이 텃밭 농사를 하던 엄마도 일이 생겨 텃밭을 둘러 보지 못했던 건 이럴 운명이었던걸까.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날 바로 밭으로 갔다. 그 사이 큰 비가 한 번 있었고 혹여나 작물이 넘어졌을까. 흙이 쓸려내려가기라도 했을까. 걱정스런 마음으로 찾았건만.
딜에는 온통 꽃이 펴 눈이라도 내린냥 온 밭을 눈부시게 했고 루꼴라도 꽃이 피고 잎이 질겨졌다. 아직 수확해 먹을 일이 구만리인데 꽃이 피자 난 그제야 마음이 급해졌다. 이제 꽃이 피니 채종도 해야하고 잎이 더 억새지기 전에 수확도 해야하는데...
딜과 루꼴라는 잎이 1미터는 족히 자란 듯 나무가 되기 직전이어서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다른 밭의 농부들이 볼까봐 창피한 마음마저 들었다.
어째서, 일주일만에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이것도 농사라면 농사고 전원의 체험이라고 하면 체험인데 거의 두 배 가까이 자란 작물과 꽃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은 여태까지 내가 가진 생각을 바꿔놨다. 나는 어찌 경솔하게
"아무것도 안해도 잘 자라. 노지라서 그런가봐. 농사가 어려운게 아니더라고."
따위의 말들을 하였던걸까. 한치앞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