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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끄적쟁이 Nov 10. 2024

미대선 속 신호와 소음

책 '신호와 소음'을 읽고

엉터리 예측 솜씨


우리는 예측하기를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솜씨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온갖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졌다. 어디는 트럼프가, 다른 곳에서는 해리스가 이긴다고 했다. 각각의 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여론조사가 10가지가 넘다 보니, 이 정보들은 우리에게 '소음'에 불과하다. 알든 모르든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보가 지나치게 많은 상황'에서 우리의 본능은 어디를 향할까.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관인 뇌는 낭비를 극도로 꺼려하기 때문에 주어진 정보를 선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수많은 소음에서 올바른 신호를 가려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결국 우리는 기존의 상식, 다른 말로 편견에 부합하는 정보를 취하고 나머지를 버리게 된다. 자료에서 우리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뽑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똑같은 정보를 보고도 트럼프 지지자는 그가 유리할 거라, 해리스 지지자는 그녀가 유리할 거라 예측한다. 


예전에는 인쇄술, 지금은 인터넷이 이러한 예측 결과를 확산시킨다. 이들은 성능 좋은 증폭기지만 정보의 옳고 그름은 따지지 않는다. 정확한 정보뿐 아니라 가짜 뉴스도 쉽게 재생산되어 퍼져나간다. 이렇게 굳건한 에코챔버 속에 갇힌 사람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게 되고 예측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부정선거!'를 부르짖게 되는 것이다. 


오늘 하루 뉴스앱을 열지 않았다고 불안해할 필요 없다. 어차피 정보 대부분은 그저 소음일 뿐이다. 객관적 진리의 양은 상대적으로 일정하다. 정보의 확산이 곧바로 유용한 정보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쏟아지는 정보를 상대하는 것보다 그 정보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이해하는 깨달음이 더 중요하다. 유용한 '신호'와 그렇지 않은 '소음'을 가려내는 역량이 훨씬 중요하다. 


사람들이 수많은 정보들 사이에서 우연히 찾아낸 '상관관계'에 매몰되어 있을 때, 한 두 가지 정보에서 유의미한 '인과관계'를 발견하는 사람이 결과적으로 훨씬 나은 예측을 하게 된다. 이건 뉴스앱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일이다. 2008년 대선에서 50개 주 가운데 49개 주에서 (대통령 후보는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 누가 이길지 정확하게 예측했던 저자는 이 책에서 바로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


프로스포츠를 닮은 미대선


미대선은 프로스포츠를 닮았다.

The Winner Takes It All

승자가 모든 걸 가져간다. 


50번의 경기 중엔 

낙승이 예상되는 전력차가 심한 경기도 있지만 소위 말하는 '승점 6점짜리 경기'도 존재한다. 


이 라이벌 매치에서 삐끗하면 하위팀과의 경기에서 수백 골을 넣어 골득실에서 앞서더라도 우승을 차지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이런 승부의 결과를 가장 잘 예측하는 건 어떤 집단일까? 


1. 의견의 양으로 먹고사는 TV 시사 프로그램 패널 

2. 학식의 정확성과 철저함으로 대가를 지급받는 정치학자나 분석가 

3. 도박사 


1번 집단이 한 1,000개의 예측 중엔 338개만이 거의 또는 완전 적중했다. 

2번 집단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사건 가운데 약 15퍼센트가 실제 일어났다. 또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한 사건의 약 25퍼센트는 일어나지 않았다. 1, 2번 모두 하나같이 동전을 던져 판단을 내릴 때보다 낫지 못했다. 


3번 집단이라고 해서 엄청난 적중률을 자랑하는 건 아니다. 전문 스포츠 도박사는 54퍼센트의 승률을 목표로 한다. 그래야 수수료 부담과 돈을 잃을 위험률을 충분히 감안하고도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포츠 도박사는 약 57퍼센트의 평균 승률을 유지한다고 한다. 그래도 동전 던지기보단 꽤 나은 확률이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번 집단의 목표는 '정해진 방송 분량을 채우는 것'이다. 실제로 별 가치 없는 사실을 교묘하게 감출 목적으로 다양한 스토리를 창작한다. 스토리가 잘 짜이면 광고 매출을 올리는 극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정확한 예측은 뒷전이다. 


2번 집단의 목표는 '주목도를 높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궤도 수정이 빈번한 유형의 분석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접근은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이라 여긴다. 같은 예측이라도 크고 대담한 예측을 하는 분석가에게 텔레비전 출연 기회가 더 많이 돌아간다. 


3번 집단의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다. 성공한 도박사들은 자기가 낸 확률에 대한 추정치가 도박시장에 나온 추정치와 상당하게 차이가 날 때 비로소 돈을 건다. 그리고 더 새롭고 나은 정보가 나타날 때마다 자기가 한 예측을 수시로 업데이트한다. 


도박사는  

예측 결과가 맞으면 돈을 따고 

예측 결과가 틀리면 돈을 잃는다. 


예측 목표와 결과의 일치, 이게 바로 세 집단 중 도박사의 예측 확률이 가장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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