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다칠 때는 멋지게 아플 때는 당당하게'를 읽고
*부크럼 출판사로부터 '다칠 때는 멋지게 아플 때는 당당하게'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어릴 적 치과는 유난히 두려운 곳이었다. 검진을 위해 들렀다가 '위이잉'하는 드릴 소리에 기겁을 했다. 치료받는 아이들은 또 어찌나 울던지. 그때부터 치과는 '가기 싫은 곳' 중 언제나 1순위였다.
그렇게 싫었으면 군것질을 줄이거나 양치질을 열심히 했으면 좋았을 텐데 둘 다 본능이 앞섰으니, 어찌 이가 성했을까. 썩어서 아파도 참고 참다가 도저히 안될 때쯤에야 치과에 갔다.
조금만 빨랐다면 치석 제거면 될 게 레진이 되었고,
레진으로 끝났을 일이 금니가 되었으며,
씌우는 걸로 해결될 일이 발치라는 큰일로 변했다.
두려워서 피하고 도망간 것을 넘어갔다고 여긴 나만의 착각이었다. 미루고 미루었던 '내 입 속 사정'은 훨씬 더 큰 고통으로 청구서를 내밀었다. 육체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이 책의 저자는 인생 2회 차를 사는 것인지 이러한 진리를 이미 알고 있다. 스스로 고통을 이길 힘이 생기지 않으면 언젠가 비슷한 일이 또다시 발목을 잡을 수 있으니 도망치지 말자고 한다. 다칠 때는 멋지게 다치고, 아플 때는 당당하게 아프자고 한다.
달리 말하면, '고통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자'는 얘기다.
이건 고통은 어차피 인생의 디폴트값이니 즐기라는 가학적 의미가 아니다. 우리 삶의 진정한 힘과 해답은 상처를 스스로 직시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찾아온다는 팩트 폭격이다. 길 가다 날아온 공에 맞는 건 고통과 상처만 남기지만, 상대와 스파링 중에 맞은 건 맵집을 남긴다. 더 단단한 나를 만든다.
의미 있는 고통을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크게 4가지다.
첫째, 일단 저지르고 수습하기이다.
할 일이 떠오르면 가장 먼저 그 일부터 하는 것, 성장하는 데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겁만 많아지니 지금 당장 해야 한다. 하찮은 결과물은 다시 수정하면 그만이다. 다른 사람은 당신에게 하등 관심이 없으니 주눅 들 필요 없다.
둘째, 하고 싶은 일보다 확실히 할 줄 아는 일 찾기이다.
사람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잘하는 것보다 할 줄 아는 일을 좋아하게 만드는 게 더 쉽다. 주변에서 인정하고 칭찬받는 일은 좋아지기 마련이다.
셋째, 정신없이 살아보기이다.
어디까지가 나의 한계인지 어디가 나의 진정한 휴식 포인트인지는 번아웃이 올 만큼 스스로를 몰아붙여야 최적화 지점을 알 수 있다. 슬럼프는 멈춰있을 때 찾아온다. 일도 인생도.
넷째, 보이는 것부터 증명하기이다.
가을만 되면 회자되는 이름이 있다. 페이커 이상혁. 그는 10년째 왜 자기가 'E-스포츠의 아이콘'인지를 성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그가 하는 말 한마디가 무게감을 갖는 이유이다.
"쵸비 선수, 미래를 원한다면 증명하세요."
말만 번지르르 잘하는 사람보다 여실히 증명하는 사람이 진짜 고수다. 진정한 믿음을 얻고 싶다면 우선 보이는 것에서부터 증명해야 한다.
한동안 '간절한 상상으로 현실을 바꿔라'는 주제의 자기 계발서가 유행했다면,
이 책은 '고통과 상처를 자양분으로 현실을 바꿔라'라고 얘기하고 있다. 달달한 '슈가코팅'이 없어 첫 입맛은 쓸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활근력을 기르기에는 이쪽이 더 나은 선택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