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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Nov 12. 2024

도덕전쟁 그리고 극장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52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오십 이번 째



최근에 참여해 주신 게스트가 언급했던 주제에 대해서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보려 한다. 그 화두란 일본의 모 교수가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 책을 내놨는데, 그 속에서 "한국은 도덕 쟁탈전을 연기하는 대극장"이라는 표현을 비유 삼아 한국에 대한 관점을 서술 한 부분이 있다. 그 화두에 대해서 게스트 두 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고 생각보다 심도 깊은 통찰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나와서 한 번 다루어보고자 한다.



일단 일본인의 관점으로 바라본 한국 사회는 예전에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인 비판"이라는 책도 있었다. 그래서 그 책 다음으로 다른 일본인이 쓴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제삼자 관점에서 다루는 책이라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시선에서 다루지 않을 까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읽어보고나니 그들의 눈에 편견이 있듯 나 또한 편견이 생겼던 것이다.


사회를 비판한다는 것은 학문적인 정의로 단정 지을 수 없다. 가치판단은 학문을 떠나서 담아내야 하는 것이지, 관점을 넣다 보면 그건 학문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인이 일본 내에서 출판한 저작물이니만큼 저자의 타깃은 안 봐도 뻔하므로 한국인 비판이 잘 먹혔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도덕쟁탈전을 연기하는 극장이라는 문장이 와닿기는 했다. 출판된 지 26년이 된 책의 주장은 살아 있는 것 같다.


내로남불. 즉 우리 사회가 자기 자신에게는 되게 관대하면서 남에게는 혹독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 그리고 그것을 심판하는 것에 대해 혈안이 되어있다는 생각에 동감했다. 사람은 실수하기도 하고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한국사회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 같았다. 또한 요즘 "나락"이라는 키워드에서도 다들 민감하게 여기고 있듯이 말 한번 잘못하고 행동 하나 똑바로 하지 않으면 거의 삶 전체를 망가뜨리려는 심판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도덕쟁탈전을 연기하고 있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사회적인 스탠다드를 제시하고 그것이 마치 절대 진리인양 떠 받들며, 거기서 이탈하는 무언가는 최소 낙인이요, 일상을 망가뜨려야 정의구현을 하고 있다는 모양새다. 정작 자기 자신의 뒤는 더욱 구리고 구림에도. 그리고 등에 칼 꽂기 사이클은 계속 작동하고 있다. 그러다가 걸리면 내로남불이다.


방송에서도 언급했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에 도덕쟁탈전에서의 도덕 준수는 물론 필요한 일이고 마땅히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사회적인 기준은 갖춰지는 건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다. 일본도 한국보다 더하면 더한 부분도 있기에 이게 옳고 그르다로 또 확정 지을 순 없다. 다만 공동체와 사회에서의 기준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긴 하나 문제는 그것을 어겼을 때의 사회 분위기가 극으로 치닫는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도덕이란 개념은 최소의 선이다. 이것을 대중화시키고 국가가 나서서 그런 도덕관념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기 때문에, 민간, 문화의 영역인 건 당연한 것이며 사회가 스스로 자정 해야만 하는 부분이다. 다만 이것을 공식적인 부분 그리고 사회 권력이나 힘이 작동해 개입한다고 치면 이는 "책임"으로 바꿔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도덕을 넘어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사회는 다른 누군가를 나락 보내는 것으로 대리만족하고 있다. 


어떤 글에서 연예인이나 유명인은 그렇게 나락 보내는 것을 좋아하면서 정치, 재계 인사들에게는 눈에 부릅뜨고 "나락"을 들이밀지 않는다를 언급 하는데 우리 모두의 내로남불이기도 한 셈이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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