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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문 Aug 30. 2023

꽤 평탄한 하루

쓰려고 했던 논문의 분량을 그럭저럭 마무리 하고 나머지 일을 하니 하루가 보람이 있다. 


운동을 할 때도 목표 달성보다 즐겁게 하려고 노력했다. 안되면 그냥 안되나 보나 생각했다. 

예전같으면 운동의 분량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이제 그럴 필요가 있겠나 싶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 몸을 사랑하는 것이고 성실한 나를 칭친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나에 대한 칭친에 인색한 편이었던 것 같다. 나를 잘 안아주고 다독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될 수 있으면 유튜브 같은 것을 보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것이 나을 것 같아 '헤아려 본 믿음'(레이첼 헬드 에반스)와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마샤 리네한)'을 한 챕터씩 읽었다. 


'헤아려 본 믿음'은 추측건데 기독교 변증의 확신이 있던 저자가 변증을 넘어 신앙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 대한 글인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말에서 진리를 하나의 구체적 실체이고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진리를 재빨리 소유하고는 그 오두막 속에서 급하게 안정을 찾는다. 그게 그 사람의 삶의 전망의 전부다.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살다가 죽는 사람은 어쩌면 행복하 사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생각들이나 새로운 지식들과 부딪히며 살아야 하는 세대에서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는 의문이 든다. 나는 애써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앙의 순수함을 붙들고 사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짜 믿고 사는 사람은 최춘선 할아버지 같은 분일텐데 대부분 세상과의 타협점을 찾아 살아가는 것을 보면 그 신앙의 진지함은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 나의 경우는 신앙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예수의 창 자국을 요구했던 도마와 같은 것 같다. 하나님께 깊은 경외감을 느끼다가도 모든 것이 의심스럽기도 하다.


지금은 바흐 노래를 들으며 평화롭게 글을 쓰고 있다. 하루가 감사하면서도 이 감사가 얼마나 갈까 하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하다. 하루를 온전히 집중하고 충실히 사는 것이 하나의 과제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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