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귀』
- 김지하-
목련은 피어
흰 빛만 하늘로 외롭게 오르고
바람에 찢겨 한 잎씩
꽃은 돌아
흙으로 가네
가네
젊은 날
빛을 뿜던 친구들 모두
짧은 눈부심 뒤에 남기고
이리로 혹은 저리로
아메리카로 혹은 유럽으로
하나 둘씩 혹은 감옥으로 혹은 저승으로
가네
검은 등걸 속
애틋했던 그리움 움트던
겨울날 그리움만 남기고
무성한 잎새 시절
기인 긴 기다림만 남기고
봄날은 가네
목련은 피어
흰 빛만 하늘로 외롭게 오르고
바람에 찢겨 한잎씩
꽃은 돌아
흙으로 가네
가네
젊은 날
빛을 뿜던
아 저 모든 꽃들 가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명은 김지하다. 혹자는 변절했다하고 87년 민주화 이후 '생명 사상'을 이아기 하기에 나도 당시에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나이 들어 보니 이해가 된다.
사람이 하나의 사상만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작금의 586세대의 독선적 행태를 보니 김지하의 생명사상이 문제될 것이 무엇인가 싶다. 여튼 내가 김지하의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직선적'이어서다. 비유와 은유 속에서 숨박꼭질을 찾아야 하는 시들(특히 내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한국의 시들, 예를 들어 유치환의 깃발 같은 것)에 비해 김지하의 시는 격정을 강렬한 심상을 토로한다. 그 중 '회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다. 지금도 새하얀 목련이 빛을 뿜으면 김지하의 '회귀'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곧장 김광석의 '회귀' 노래가 들려온다.
회귀는 '돌아간다'는 뜻인데 태어났다 시드는 목련 꽃, 빛을 뿜던 젊은 날은 모두 직선적으로 가는 것인데 이것들은 어디로 돌아간다는 것일까? 하늘에서 왔다가 하늘로 돌아가는 것일까?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묵직하게 와 닿는 진리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