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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간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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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문 Sep 04. 2023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때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져서 책을 읽은 것은 아니다. 마음 챙김 관련 유튜브를 보다보니 소개된 책인데 마침 동네 도서관에 책이 있어 빌려 보았다. 자살 충동에 시달렸고 여전히 그것을 견디고 살아가는 저자의 자전적 이야다. 자신의 삶과 함께 변증법적 치료가 무엇인지 중간 중간에 설명이 되어있다. 


온전히 수용하기

온전히 수용하기는 자신의 삶의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것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옥같은 삶이라면 그 지옥같은 삶이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데서 새로운 삶의 시작을 기획하자는 것이다. 


작가가 든 예가 적절하다. 인생은 카드 놀이와 같아서 주어진 카드를 가지고 최선을 다할 도리밖에 없다는 것이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의미없다. 지금 여기에서의 상황을 온전히 수용하고 최선을 다해 헤쳐나가야 한다.


대안이 없을 때 생기는 자유의 환상

대안이 없을 때 오히려 마치 선택권이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환상은 환상이다. 여기에서는 내담자가 치료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암 환자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한 달 정도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생각하고 화도 났던 것 같다. 더 못된 사람들도 건강하게 잘 살고 성공한 인생을 사는 데 비교적 성실하고 의미있게 살고자 분투한 나에게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나님이 계획하신 큰 것이 있다'라는 말이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삶의 전망이 길지 않은데 와 닿지 않는다. 그리고 삶의  힘든 순간에 간구한 것들에 응답이 없는 경험이 쌓이다보니 도무지 하나님의 큰 계획이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저자의 표현을 빌면 나는 암환자라는 카드를 잡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리고 이 카드를 붙잡고 무엇인가를 해야하는 것이 나의 현실이다. 나에게 가장 좋은 것, 나에게 가장 행복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하루 하루 살아야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런 생각의 방식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무엇인가 헤쳐나가려고만 했고 극복하려고만 했지 나에게 행복을 주는 방식으로 포기하고 멀어지고 놓아주고 멈추고 하는 것을 잘 하지 못했다. 


내가 계획한 하루를 살지 못했다고 나를 닥달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와 사이가 좋지 못하다고 나를 닥달할 필요가 없다. 내가 원했던 삶을 살지 못하고 결국은 그렇게 삶이 끝날 것이라고 나를 원망하고 나를 비난할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들 모두를 좋은 마음으로 대하지 못했다고 나에게 실망할 필요가 없다.


처량히 벤치에 앉아 있는 나를 꼭 안아주고 "괜찮아. 충분해"라고 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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