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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간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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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문 Sep 05. 2023

다 쓸 데 없는 생각

피트니스를 다닌지 이제 한달이 된다.


원래 술, 담배는 하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볼 수 있는 것이 3가지가 있겠다 생각했다.


음식

가공식품과 햄류는 절대 먹지 않고 탄산음료도 먹지 않는다

이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건강식으로 차려 먹는다

이건 애초에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나나 부인의 큰 수고가 필요한 것인데 생활비 측면도 그렇고 맞벌이 부부의 삶도 그렇고 가능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대충 붉은 고기, 설탕이 많이 들어있는 것은 피하고 야채와 닭, 달걀, 잡곡 같은 것을 꾸준히 먹고 있다. 한 달 해보니 어렵지는 않은데 사는 즐거움의 어떤 부분을 잃어버린 것 같다.


운동

난생 처음 PT를 받았다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자세를 배우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자세히 물어봐야 알려주는 것은 함정


꾸준한 운동

한 달 운동하며 한 5번 빠진 것 같다. 처음 두 주는 일요일도 나갔고 너무 무리한다 싶어서 일요일 빼고는 매일 나갔다. 살면서 가장 꾸준히 열심히 운동을 했다. 인바디 측정을 하고 근육량이 1kg정도 밖에 안 늘었다고 PT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하니 한 달에 그 정도면 잘한 것이라 칭찬을 한다. 진짜 잘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샤워실에 가면 울퉁불퉁 인간들로 넘쳐나던데 그 사람들은 근육패치를 사다 붙였나?


생각

이게 잘 안된다. 의사 선생님도 스트레스가 가장 안좋다고 하던데 스트레스를 받도록 하는 생각의 습관이 잘 바뀌지 않는다. 방향이 정해진 궤도열차 같다. 


최적화의 늪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무슨 일을 하든 최적화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물건을 사도 가격 대비 가장 좋은 것을 고르느라 신경 쓰고 옷을 입어도 그렇다. 무엇하다 그냥 하는 법이 없다. 어제만 하더라도 운동 유튜브를 보니 3세트와 4세트 논쟁부터 12회에서 15회 논쟁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내가 운동을 잘하고 있는지 한시간 정도는 고민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고민은 사는 전망이 오래인 사람들이 해야 하는 것 아니야? 무엇이든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낫지 않겠어?


깨달았다기 보다 억지로 끌고 간 생각이다. 이렇게 훈련하지 않으면 어리석게 생각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것 같았다. 


수 많은 정보 없이도 자유롭게 살던 시절이 있었다. 인생 어려운 것 모르고 철학과를 지원하기도 하고 말이다. 돌이켜보면 경솔했지만 그때는 자유로웠다. 자유란 그냥 현재의 바다에서 조용히 즐기는 수영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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