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라고 May 10. 2024

50: 접어야 할 때가 다가온다, 학습지 이야기

제목: 영어회화 & 기탄수학 D 2집 & 비례식 등등

<초2adhd일기 2023년 6월 27일_영어회화>

영어에서 옷의 이름을 배웠다.
스웨터
셔츠
싹쓰
스니컬
스커트
재키
진즈
드레스
오늘 급식이 맛있는것 나왔다. 계란찜 그리고 감자 그리고 김치 그리고 밥 그리고 국수  나는 채소중에서 당근도 좋아하는 것 같고, 배추도 좋아하는 것 같고 상추도 좋아하는 것 같고 감자도 좋아하는 것 같고 오이도 좋아하는 것 같다.
10000보가 아니라 50000보 하라고 했다.
오늘 벌써 16792보이다.
50000보 채우면 1마일리즈를 받을 수 있다.
<초2adhd일기 2023년 6월 27일_기탄수학 D 2집>

이제 수학 D 2집 들어갈수 있다.
기탄수학 D 1집을 마쳤다.
준0이는 수학박사가 아니이다.
승0이는 보통단계
도0이도 보통단계
호0이도 보통단계
호0이랑 도0이는 수학박사이다.
나는 더 수학 박사이다.
<초2adhd일기 2023년 6월 28일_기탄수학 D 1집 업무종료>

오늘 서천 갔다 왔다.
서천은 부여 공주 세종 신탄진 거쳐서 가야 된다.
바로 1시간30분 거리이다.
먼 거리이다.
엄청 멀진 않다.
그 걸이이다.
걸이가 많다.
엄청 오래 걸린다.
<초2adhd일기 2023년 7월 1일_비례식>

비례식은 몇대 몇 이런 것이다.
수학은 P단계 까지 있다.
국어는 R 단계 까지있다.
한자 K단계 까지있다.
과학은 I단계 까지 있다.
한자이제 3A 거의 끝나간다. 20이끝이다.
이제 다다음주에 2A들어간다.
이제 그다음에 A단계이다 B단계도 된다. C D E F G H I J K단계
까지 있다.


초등 저학년까지 아이는 엄마의 말을 잘 따라왔다. 학습지로 공부를 가르치기 힘든 날도 있었지만 얼르고 달래면 그럭저럭 따라왔다. 뭐 좋은 성적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그나마 기초지식도 없으면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의 기질 때문에 수업시간 40분이 얼마나 곤욕일까 해서 그저 기초만 잡아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었다.


3학년이 되면서 매 단원마다 단원평가를 본다. 그저 반타작 하는 점수이다. 매일 공부시켜서 그만큼이라도 맞추는 것이다. 시험지 앞쪽의 기본문제는 맞추는데 문장제나 응용문제는 어려워한다. 엄마는 성적 안 중요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며, 틀린 것은 알고 넘어가면 된다고 수없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말채주고 성적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래서인지 성적이 바닥쳐도 그걸로 화가 나거나 속상하지 않다.


그런데 이제 학습지 그것마저 내려놓아야 할 때가 다가온다. 맥시멈 올해 말, 또는 간신히 더 이어가도 초등학교까지만 해야 할까 보다. 호수는 투약을 하는데 오전에 학교수업은 선생님 덕분에 그냥저냥 따라가고 방과 후 수업에서는 트러블이 더 많다. 하교 후에 집에서는 케세라세라인지 거의 반항장애 끝판왕을 달린다. 하루종일 참았던 힘듦에 대한 감정 쓰레기통이 가족인가!!! 차라리 들로 산으로 저녁 산책을 나가면 징징거리며 따라오다가 하루종일 있었던 이야기도 간간이 들려주고 해서 그나마 산책이 저녁마다 가족 간에 트러블을 줄일 수 있는 비책이다. 엄마아이그까짓 기초공부시키자니 소모전이 크다.


호수를 기르는 것에 점점 답이 없어져 가는 듯도 싶다. 이 교육이 답안지가 없고, 그저 내가 가는 길이 주관식이고 개인적인 답지가 된다. 


온 가족이 지독한 감기에 시달리고 있다. 어느 날 밤 남편은 짜증과 힘듦이 쌓여서 여기가 생지옥 같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이 마음을 아리게 한다. 아이가 저녁에 "착한 엄마 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는 것이 안쓰럽다. 우주가 자기중심으로 돌고 스스로 반성적 사고, 회고적 사고를 하기보다 남 탓을 한다. 뭐, 엄마도 가끔은 화살을 쏘고 짜증을 부리고 과도하게 훈육할 때도 있으니 그 기도를 들으면 마음이 마구마구 찔린다.


그런데 정말 성인기가 되면 아이가 어느 정도 일반화가 되긴 할까 하는 불안과 걱정이 더욱 엄마가 잘못하게 만들 때도 있다. 나를 합리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를 돌아보는 것이다. 돌아다보는 아픔과 반성이다. 누가 그랬었는데 명품 엄마 연기라도 배워야겠다. 하루하루 돌이켜 보고 나도 좋은 엄마 되는 것이 기도제목이다. 온유하고 부드러운 콧소리를 가진.... 내일은 좀 더 성장하자고 기도하고 다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49: 땅거미 지는 시간마저 아리쓰리 음미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