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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고 Aug 09. 2024

53: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젓가락질 연습

제목: 방학급식 & 방학 & 친구들 & 급식 등등

1<초2adhd일기 2023년 7월 17일_방학급식>

수 돈치스팸
목 재육볶음
금 김 돈카츠
방학 때는 급식 안 먹는다.
방학 때는 돌봄교실에서 도시락으로 먹는다.
방학때는 도시락이 돌봄교실로 온다.
8월11일 수요일 콩불고기
8월18일 재육고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스팸이다.
<초2adhd일기 2023년 7월 19일_방학>

오늘은 방학식 날이이다.
내일 방학이다.
방학때 지켜야 할 규칙이 3가지 있다.
1.선생님 볼 때마다 인사하기
2.만보 걷기
3.전기 아껴쓰기
그렇게 3가지 약속을 지켜야 알찬 방학을 보낼 수 있다.
<초2adhd일기 2023년 7월 31일_방학4>
오늘 도시락으로 돈끼스도련님이 나왔다.
내일은 동백이 나온다.
모래는 스팸마요치킨이 나온다.
맛있었다.
오늘은 애들이 몇 명 안 와서
도시락이 많이 남았다.
6개나 남았다.
13개인데
<초2adhd일기 2023년 8월 2일_방학6>

오늘 도시락으로 스팸마요치킨이 나왔다.
맛있었다.
돈까스도 나왔다.
재육볶음도 나왔다.
고기도 나왔다.
맛있었다.
오늘은 맛있는것 나왔다.
어제는 맛있는것 나왔지만
<초2adhd일기 2023년 8월 3일_방학7>

오늘 도시락으로 탕수육고기고기가 나왔다. 내일은 도시락으로 스팸마요새우후라이가 나온다. 모래는 참치마요고로케가나온다.
글피에는 카츠카츠가 나온다.
맛있었다.
내일도 맛있는것 나온다.
모래도 맛있는것 나온다.
글피에도 맛있는것 나온다.
맛있겠다.
<초2adhd일기 2023년 8월 4일_방학8>

오늘 도시락으로 치킨마요새우후라이가 나왔다. 월요일날은 도시락으로 참치마요고로케가 나온다.
맛있었다.
맛있겠다.
공예 선생님 그동안 아프고 오셨다.
이해할 수 없는 병에 걸렸다.
아직도 목에 흉터가 크게 남아 있으시다.
그러면 우리 몸에 병군이 침투한다.
<초2adhd일기 2023년 8월 7일_방학9>

오늘 도시락으로 참치마요고로케가 나왔다. 내일은 카츠카츠가 나온다.모래는 백동이 나온다. 글피에는 숯불직화구이가 나온다.
그글피에는 소불고기가 나온다.
5일 뒤에는 치킨제육이 나온다. 6일 뒤에는 잡체볶음밥김이 나온다. 7일뒤에는 음볶육제가 나온다. 8일뒤에는 돈치마요 소세지가
나온다.
맛있겠다.
맛있었다.
<초2adhd일기 2023년 8월 8일_방학10>

오늘 도시락으로 카츠카츠가 나왔다.
다음에는 카레시켜주세요
재육볶음시켜주새요
하고 얘기한다고 했다.
맨날 튀긴음식만 나와서 싫다고 했다.
그나마 그 정도면 잘 나오는 것이다.
어쩔수 없다.
어제 그리고 불고기 나왔다.
<초2adhd일기 2023년 8월 10일_방학11>

오늘 도시락으로 숯불직화구이가 나왔다.
튀긴음식 싫다고해서 다른 음식 시켜줬다.
카레 먹고 싶으면 금요일날 카레시켜 준다고 했다.
김치볶음밥 왜 안 시킨다고 했나면 너무 매워서 그렇다. 매운거 2학년들은 잘 먹는데 1학년들이 너무 매워서 못 먹을 수도 있어서 그렇다.
제육볶음도 마찬가지이다.
차라리 카레시켜준다고 했다.
<초2adhd일기 2023년 8월 11일_방학12>

선생님이 카레 먹고 싶은 사람 손 들으라고 했다.
그날만 선생님이 은0이보고 그냥 먹으라고 했다.
은0이 하나때문에
안 시킬수는 없다고 했다.
먹고 싶은 사람 2명
안 먹고 싶은 사람 3명
안 먹고 싶은 사람이 더 많다.
그 친구는 불고기 시켜준다고 했다.
선생님이 맟춰줄순 없다고 했다.
그래서 전화했다.
몇분 빠르든
몇분 늦든
시간은 중요할때가 있고
안 중요할때가 있다.
<초2adhd일기 2023년 8월 14일_방학14>

이번주 언젠가 카레랑 불고기 시켜 준다고 했다.
오늘은 튀긴 음식 아니다.
애들을 위해서 튀긴 음식은 안 시켰다.
무슨 요일까지는 모르겠다.
도시락이라 어쩔수 없다.
반찬 투정 하는 것 아니다.
주면 그냥 고마운 마음으로 고맙습니다 하고 먹는 거다.
저 이거 안 먹어요 하는것 아니고.
<초2adhd일기 2023년 8월 18일_친구들>

오늘 불만불심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더운데 배달해 주니까 감사해해야한다.
고마운게 어딘가 모르겠다.
친구들 원하는대로 해줬다.
선생님이 친구들 최대한 원하는 도시락 시켜준다.
재육볶음도 시켜주고
카레도 시켜주고
다 시켜준다.
<초2adhd일기 2023년 8월 25일_급식>

오늘 급식으로 감자탕이 나왔다. 목 삼겹살 수 삼계탕이 나온다.
1학년들 오늘 가야금 선생님한테 혼났다. 아무말도 하지말라고 했는데 떠들어서 그렇다.
조용히 하라고 했는데도 말로 떠들고
누가 말해하고도 얘기했는데 행동으로 떠들고
입다물어하고 소리질르면서 혼났다고
두번째는 눈 감으라고 했는데 안 감아서 했다.
소리내지 말라고 했는데 소리내서 혼났다.
<초2adhd일기 2023년 9월 4일_무제>
학교에서 점심으로 치킨제육이 나왔다.
도시락으로 튀긴것이 나왔다.
돈까스 아니고 고로케이다
감자로 만든것이다.
월요일날 점심이 치킨제육이 나왔다.
그 치킨이 네네치킨 할 때 그 치킨이다.
<초2adhd일기 2023년 9월 4일_무제>
화요일 도시락으로 잡채볶음밥이 나왔다.
8.22김말이 8.21치킨제육 8.18카레 8.17 돈치마요소세지 8.16김말이 8.14치킨제육 8.11새우돈까스계란덮밥 8.10 비빔밥 8.9 돈치마요소세지 8.8돈까스 8.7불고기 8.4새우계란덮밥 8.3탕수육 8.2탕수육 T 8.1 치킨스팸계란덮밥 7.31돈까스 7.21 돈까스 7.20제육볶음 7.19돈치스팸

혼자 보기 아깝고 쓸쓸해서, 아들의 일기를 보면서 느끼는 엄마의 생각들을 덧붙여서 매거진으로 펴냅니다.


 초3 개학 준비를 하는 시점에서, 3학년 교과서 예습보다 급선무는 이것이다. "젓가락질 못하면 밥 못먹어요~" 노래를 흥얼거리는, 이토록 먹는 것을 좋아하는 해맑은 아들은 여전히 숟가락 하나로 뚝딱 급식판 깨끗이 비운다.


나는 아무리 기억의 창고를 뒤적여봐도 젓가락질을 따로 배웠던 기억이 없다. 그냥 식구들이 하니까 따라 몇 번 하다가 바로 익히게 되었다. 유치원생 막둥이도 거의 저절로 젓가락을 배웠다. 근데 큰둥이만은 그게 안 되다니! 


이번만큼은 먹성 좋은 초2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젓가락질을 가르치겠다고 결심했다. 그동안 여러 번 젓가락을 가르치려는 시도를 했었는데, 매번 실패를 거듭했다. 누구에겐 힘들이지 않고 될법한 일들도 이 아이에게는 그렇게 어렵다.


음... 젓가락질을 가르치다가 내 인성의 바닥을 드러낸다. 속상하다. 이 아이는 아직도 이 쉬운 걸 왜 못하나? 자전거도 타고 인라인도 하고 타자도 500타를 치는 아이가 왜 이 쉬운 것을... 네모아저씨가 가르치는 고난도 블레이드 종기접기도 잘하는 아이인데... 아이의 소근육 발달더딜 뿐이다.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게 된 계기도 바로 그 소근육 문제 때문이었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 젓가락질 못하는 아이는 숟가락으로 급식을 잘도 먹는다. 여기저기 흘리지만 뭐 생존에는 별 지장이 없다. 그래서 미뤄왔다. 예전에 에디슨 젓가락 단계들을 거치면서 아이에게 어른 젓가락질을 가르치려다가 결국 포기하고 또 포기하고 드디어 초2 겨울방학에는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었다.


당근과 채찍을 이용하며, 공기알 200개를 사서 나무젓가락으로 옮기는 연습을 삼일동안 저녁마다 연습했다. 드디어 젓가락질이 이렇게 쉬운 것이었냐는 듯 당연하게 잘하게 되었다. 안 쓰던 소근육연습하니까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역시 adhd 아이는 발달이 또래에 비해 2~3년 늦는 게 맞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외국에서 태어났으면 젓가락질 못해도 살지만 한국에 태어났으니~아이는 동영상을 보고 따라 하기도 하고 그게 안 되는 이유를 고심해 보았다. 필압도 약하고 삼 점 잡기가 안 되니까 엄지검지중지를 세분화해서 연습했다. 드디어 공기알을 하나 옮기도 두 개 옮기고, 성공했다. 오늘 점심은 삼겹살 브로콜리를 준비했다. 젓가락으로 먹는 것이다. 고기를 워낙 좋아하는 아이는 먹기 위해 젓가락질을 점점 야무지게 해냈다. 모자는 서로 바라보며 웃는다.


기다림이란... 참... 쉽지 않다. 아이의 손가락이 야물어지기까지 기다렸다. 막상 할 수 있게 되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오래도록 기다려왔다. 손 힘이 길러지니까 그렇게 수월하게 배운다.  미래를 내다볼 눈이 없는 나로서는 수없이 인내천을 그리며 씨름했다, 고작 젓가락질 하나를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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