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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고 Mar 08. 2024

46: 캠퍼스의 엄마, 정글같은 학교의 아들

제목: 새로 오신 선생님 & 공예 & 게임오픈 등등

<초2adhd일기 2023년 10월 16일_새로 오신 선생님>

돌봄선생님이 아기 나러 가서 다른 선생님이 왔다.새로 오신 선생님은 나를 모른다.오늘 처음 오셨다.
돌봄선생님이 10월10일날 보고 싶으면 전화하라고 했다.
내년에 다시 오신다고 하셨다.
내일은 골프 수업있다.
<초2adhd일기 2023년 10월 17일_게임오픈>

새로운 개임 1월달에 오픈한다고 했다. 친구랑 싸우거나 그러면 2월달에 오픈 한다고 했다.
활동 열심히 해야 한다.
싸우지 않아야 된다.
<초2adhd일기 2023년 10월 20일_공예>

오늘 공예선생님이 아파서 안 나오셨다.아파서 병원에 이번하셨다.아픈 이유는 우리가 말은 안 들었기 때문이다.우리가 말 잘들었으면 안 아팠을 것이다.오늘 5시25분에 버스 탄다.
그러니까 5시15분에 나간다.
수업에 떠들고 집중안하고 딴생각하고 장난치고 선생님 말씀에 귀 안 귀울여서 아픈 것이다.
떠들지않고 집중하고 딴생각하지않고 장난치지않고 선생님 말씀에 귀기울였으면 안았플것이다.
<초2adhd일기 2023년 9월 4일_8월23일>

개학하는 날이다.
2학기 시작하는 날이다.
칠판도 바뀌었다.찬찬선생님 2학기때 처음 오셨다.
개학시작날이다.
개학첫날이였다.
<초2adhd일기 2023년 9월 4일_8월 24일>

24일날은 별로 좋은 일이 없었다.
쓸대없는 이야기만 설명했다.
뭐 이래라 저래라 하고
간섭하고
어디에 이런 쓸대없는 것도 물어보고
형이 좇아오면 어떻게 해야되 이 말을 나한테까지 쓸데없이 직거렸다.
<초2adhd일기 2023년 9월 4일_8월 28일>

내가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했다.
수업시간에는 딴 생각 하지 않고
장난치지 않고
집중해서 수업해야 한다.
선생님의 말을 잘 들어야 문제를 잘 풀을 수 있다.
혼자하면 문제풀기가 더 어려워진다.그러니까 선생님 말에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초2adhd일기 2023년 9월 4일_8월 29일>

돌봄선생님이 첫 번째 잘못한것은 자꾸 와딱가딱했고
두번째로 잘못한 것은 바닥에 침뱉고
새번째로 잘못한 것은 장난감으로 휘파람 불고
네 뻔째는 시끄럽게 하고
다섯번째는 장난치고
여섯번째는 도0이한테 침뱉어서 사과했다.
<초2adhd일기 2023년 9월 4일_8월 30일>

돌봄선생님이 안 오셔서
돌봄시간은 체육선생님이 해주셨다.
돌봄선생님 아버지가 아파서 그랬다.
일도 있었다.
그다음날은 오셨고
그다다음 날도 오셨다.
<초2adhd일기 2023년 9월 4일_8월 31일>

코딩시간에 길찾기를 했다.
동명초등학교를 올라가봤더니 버스2대가 있었고 시골집이 많았다.
내려가봤더니 00타임이 있었고 호수도 있었고 백0오리집도 있었다.
바로 찾은길이 이 길인데 길을 잘못찾았다. 금성마을 청주쪽으로 내려가버렸다.
<초2adhd일기 2023년 9월 4일_9월 1일>

새로운 교감선생님이 오셨다.
그동안 00초등학교 오고 싶다고 생각하셨다.
그런데 결국에 오게 되었다.
교장선생님이 되고 싶어서다.
그동안은 00초등학교에 다녔다.
1000명이 넘는 1050명인 학교에 갔다.크고 작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초2adhd일기 2023년 9월 5일_학교 버스>

우리 전교생 중애서 거의 30명이 버스 탄다.
10명은 엄마 대리고 오고
2명은 걸어서 간다.  
안전벨트는 혼자 메야 한다.

  오늘부터 호수가 다니는 학교 도서관 코디네이터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책 냄새가, 결혼 전 근무하던 도서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내 봉사근무 시간은 오전시간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아이들도 바쁘다. 쉬는 시간에는 도서관에 오지 않다가 점심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이 삼삼오오 도서관에 온다. 주로 초2 아이들이 많다. 대부분 만화식으로 된 도서를 빌려갔다. 초 3 아이 하나가 위인들에 관심이 있는지 인물에 대한 책을 반납하고 또 그 시리즈의 인물들을 대출해 간다. 이 아이는 우리 호수랑 같은 반 아이다. 몇몇 아이들 중에 나를 알아보는 학생들이 있다. 호반이랑 같이 유치원을 나온 0율이, 0채가 대번 나를 알아보고 "선생님이 왜 여기에 있어요?" 묻는다. 동네에서 소문으로만 들었던 이상한(?) 이야기의 주인공들도 이렇게 만나니 귀엽고 어여쁘다.


  도서관 코디네이터 봉사를 6년간 해왔던 선배 엄마가, 오늘 인수인계를 해주러 오셨었다. 그분이 나를 후임으로 점찍었다고 하셨다. 봉사 섬김이라 따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데 너무도 친절한 분이다.


  선배님은 도서관의 책들도 아이들처럼 생각하고 계셨다. 이곳에 올 때마다 내 공간이라 참 좋았고 아이들을 새롭게 관찰할 수 있어 재미있었다고 하신다. 학교 밖에서 보는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보는 아이들 간에는 온도차가 존재한다. 여기서 만나는 아이들의 모습이 바로 포장되지 않은 아이들 자체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아마 호수도 엄마가 이곳에서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의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이셨다.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말씀이셨다. 도서관 오는 아이들에게도 어찌나 잘하셨을지 상상이 가는 푸근한 미소를 지니셨다. 비록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마다 봉사이지만, 저분처럼 내 아이들 보살피듯 책들을 정리하고 또 드나드는 아이들을 섬겨야겠다.


  도서관 봉사를 마치고 집에 들렀다. 대학 수강정정 마지막 날이라 붙들고서 씨름을 하다가 버스를 타고 캠퍼스에 왔다. 오늘은 디지털 라이브러리 예약을 하고 결국 마음에 들게 18학점 수강신청을 했다. 식당에 갔는데 석식 백반은 하지 않는 모양이다. 새벽에 만든 보리빵 한 개를 꺼내 먹고 구내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다음 강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 카페는 6시까지 연다. 바로 앞에 강의동이고 6시부터 강의가 시작되니까 커피 한잔하며 숨돌리기에 딱 적당한 쉼터이다.


  지금쯤 호수와 호반이는 집에서 학습지를 하고 있을 것이다. 1학기 동안 금요일 수업이 9시에 끝나는 관계로 남편은 아이들의 식사를 책임져야 하고 대학생 아내를 픽업하러 와야 한다. 남편은 아이들과 찐하게 데이트를 할 것이다. 아이들은 아빠와 모처럼 햄버거를 먹으러 간다고 신났다. 오늘 엄마는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기간이라 큰 부담이 없으며 평소보다 일찍 마치고 집으로 달려갈 것이다. 집, 아이들에만 매여 있다가 혼자 나와서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나를 잃어버리고 살던 십년이란 시간에 대한 보상 같아 행복하다. 이번 학기를 살다보면 어떤 한 길이 보이고 고민들에 대한 해답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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