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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고 Feb 03. 2024

40: 불안한 시선을 너머 새로운 배움으로

제목: 증조할아버지 & 그림


<초2adhd일기 2023년 10월 24일_증조할아버지>

아빠 오늘 영동 갔다.김천 갔다.괴산 간다.
그래서 오늘 볼링장 못 간다.
그대신에 유치원 모임에 간다.
네가 그린 그림을 아이들이 좋아했다.
아이들이 로보카 폴리도 좋아하고
태권도브이도 좋아한다.
아이들이 요즘에 태권브이랑 로보카폴리에 관심이 많다.
아이들이 네가 그린 그림이 예쁘다고 했다.
<초2adhd일기 2023년 10월 26일_그림>

내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로보카폴리 그림과 황금날개그림을 그릴 것이다.
그걸 보고 아이들이 좋아할 것이다.
아이들은 네가 좋아하는 것 같이 좋아한다.
민0이는 학교에서 운다.
학교에서 징징 거리고 그런다.
울면 무엇을 해 달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안 울고 정확하게 표현해야 무엇을 해 달라는 것인지 알 수 있다.


늘 하는 루틴대로 저녁 운동을 나왔다. 공원 가로 넓게 돌면 왠만한 대운동장 두배 정도 거리이다. 오늘따라 아이는 마냥 해맑다. 아이보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나란히 걷기도 하면서 다섯 바퀴를 걷는다.


한바퀴 돌 때마다 운동기구들 있는 곳에서 하나씩 해보며 잠간씩 숨고르기 하고 다시 걷는다. 그런데 아이는 운동기구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논다. 이를테면 크로스 운동기구를 양발을 교차하며 타지 않고 발그네를 탄다. 한번은 그것을 교정해준답시고 애를 쓰다가 서로 마음이 상한 적도 있다. 지금은 내버려 둔다.


아이를 따라서 발그네를 타보니 제법 재밌다. 아이는 사이클 운동기구도 한발에 앉아서 한발로 돌리면서 탄다.

 "왜 그렇게 타?"

 "재미있어요. 오늘은 이렇게 탈래요."

 돌아오는 대답이 명쾌하다


그래, '네가 재미있으면 돼지!' 내 불편한 시선이 더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꼭 일반적으로 정해진 방식대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도 있다.


내 삶도 순탄하게 그저 공식대로 흘러온 것은 아니니까. 중등 특수교육과에 편입해서 공부하게 되었다. 아이가 진단받을 때 특수교육 살짝 생각했었는데 엎치락뒤치락 육아하며 십년 지나고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결심을 굳혔다.


발달지연 큰 아이 육아에 올인하다가 작년에 방통대에서 사회복지를 졸업했다. 앞으로 뭘할까 고심하며 기도하다가 집근처 대학에 중등특수 티오가 3년만에 딱 한자리가 났다. 7:1의 경쟁률이라 편입 면접만 보는데 의의를 두고 마음을 접었었다.


근데 덜컥 주님께서 아들을 통해 합격시켜 주셨다. 큰 아이가 중학교 입학하고 둘째 아이가 초등 고학년 될 때쯤 파트타임 말고 전업으로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먼저는 두 아들을 잘 키우고 또 기회를 따라 경계를 걷는 중고등학생을 가르칠 기회가 있기를... 더불어 부모님들과 소통하고 나누며 서로 세워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요즘은 국가장학금 제도가 잘 되어 있다. 아파트 한채가 있고 남편은 혼자 외벌이하고, 아내는 전업주부인 보통의(?) 가정인데, 국가장학금을 받아서 무료로 방통대 2년을 마쳤다. 이번에 편입한 대학 등록금이 약370만원 빠듯한 살림에 후덜덜한 금액이다. 첫 학기 등록금은 입학지원으로 대학측에서 반액만 내라고 하니 나머지는 또 국가장학금을 받으면 저절로 해결된다. 다음 학기부터는 국가장학금을 받아도 나머지 200만원 가까이 자비를 내야한다. 파트타임이나 장학금 받을 수있는 방법을 모색해봐야겠다. 


벌써 그리고 어느새 사십 중반.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며 과연 내 지력과 체력으로 어찌 감당할지 모르지만 기왕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 싶다. 똑같이 구운 찐빵 같은 삶이 아니래도 괜찮다. 다른 인생이 다이나믹하니 더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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