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무차원의 입자들

제7화 무의 수학

by 늘람

수학은 세상을 읽는 언어였다. 그것은 항상 그랬고,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그러나 이제 린은 그 언어가 너무도 인간적 시선에 갇혀 있다는 진실을 마주하고 있었다. 기호는 규칙을 따르고, 수는 패턴을 만들고, 모든 것은 연속의 법칙에 기대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경험은 달랐다. 린은 이제 연속이 아닌, 감각의 단절과 비약을 통해 세계를 체험하기 시작했다.

그날 새벽, 린은 잠에서 깨어나 희미한 의식 속에서 손을 뻗어 침대 옆 연습장을 펼쳤다. 아직 동틀 무렵의 파란빛이 방 안을 채우는 동안, 그녀의 손은 의식보다 먼저 움직였다. 펜을 잡은 손가락들이 종이 위에서 춤을 추듯 기호들을 그려나갔다.

x, y, z, t, θ...

익숙한 기호들이었다. 수학의 언어, 세계를 읽는 체계. 그러나 문득, 그녀는 펜을 멈추었다. 이 기호들, 이 언어는 그녀의 감각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x가 거리라면, 린이 실제로 느끼는 것은 방향 없이 확장되는 의식의 울림에 가까웠다. t가 시간이라면, 그녀가 감각하는 것은 선형적 흐름이 아닌, 반복되지 않는 지각의 명멸과 중첩이었다.

"이건... 내가 느끼는 것이 아니야."

린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기존의 기호들을 천천히 지워나갔다. 지우개가 종이 위를 스치는 소리가 방 안에 퍼졌다. 그리고 그 빈 공간에, 그녀는 새로운 것을 그리기 시작했다.

'가볍게 진동하는 점'을 위해 그녀는 일렁이는 듯한 작은 원을 그렸다. '접촉 이전의 흐름'은 끊어진 선들의 연속으로, '응시되지 않은 움직임'은 희미하게 번지는 나선으로 표현했다. 점, 호, 파열, 겹침, 꺾임—그것들은 수학적 정의가 아닌, 존재의 진동과 울림을 담은 흔적들이었다.

그렇게 린의 종이는 더 이상 방정식이 있는 문제집이 아니라, 감각의 지도, 존재의 흔적이 되어갔다.

수학 수업 시간, 교실의 공기는 분필 가루와 학생들의 한숨으로 무거웠다. 선생님은 칠판 위에 도함수와 극한 개념을 꼼꼼히 적어 나갔다. 변화율, 접선의 기울기, 미소한 변화—논리적으로 정돈된 언어였다.

"극한의 개념은, 여러분, 무한히 가까워지지만 결코 도달하지 않는 지점을 상상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다. 학생들은 필기에 열중했지만, 린의 귀에는 그 말이 다르게 들렸다. 마치 감각을 감추기 위해, 존재의 진동을 억누르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처럼.

린은 공책 귀퉁이에 작은 글씨로 적었다.

우리가 변화라고 부르는 것은 실은 연속된 감각의 잔차일 뿐. 그 사이에 있는 것, 그것은 수학이 포착하지 못하는 존재의 진동.

주변 학생들이 복잡한 미분 방정식에 머리를 싸매는 동안, 린의 눈앞에는 다른 세계가 열리고 있었다. 기호와 숫자들 사이로 보이지 않는 틈, 정의되지 않은 공간들이 그녀에게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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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결'과 '시간의 흐름'을 따라, 조용히 스며드는 이야기를 씁니다. 늘 머무르며 흐르는 글로 만나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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