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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Nov 12. 2022

거울 속의 우리들

各各

자두나무


기저귀를 채워놓야야 일이 수월했다

멀쩡한 사지를 멀쩡하지 못하게

사람이 사람이 될 수 없는 요양병원

밤새 배설물을 안고 잠을 청해보세요

아침까지 요양사가 일어날때까지 똥을 품은채 잠들어야 했다

아침이 밝았는데 묵직한 똥을 보물처럼 조심스럽게

치우고서야 돌아눕는 팔순노모

나 좀 여기서 꺼내다오

죽어도 집에서 죽을란다

붙여 놓은 뼈여 걸음을 걸어다오


자두나무를 심었다

죽을수도 있고 살 수도 있다고 자두나무 주인은 말했다

한 뿌리는 돈을 주고 두 뿌리는 돈을 받지 않았다

우리의 식목일에 우리는 나무를 심었다

한껏 기지개를 켜며 흙을 파고 나무를 심었다

하늘도 바람도 나뭇가지를 살피며 지나갔다

돈을 주고 산 자두나무는 잎을 맺었고

그냥 가지고 온 자두나무는 이내 죽었다

나무도 사람도 값을 지불해야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나무는 겨울을 맞는다


그러니까

제발 기저귀를 채우지 말아줘요.





오레오 오레오


까맣고 두 겹의 크레커는 달콤하다. 우울하거나 산만하거나 내가 나를 삼킬만큼의 화가 나는 날은 오레오를 뜯는다. 오레오 봉지는 푸른 빛. 그 푸른빛을 건너 온 오레오는 너와 나를 달래준다. 까맣고 두꺼운 두 겹의 크레커는 바삭바삭 안정감이 든다. 두 겹 사이의  잼 비슷한 것은 우리를 미소짓게한다.

강 건너 킹덤은 불빛을 끈지 오래다. 큼직큼직한 실내 인테리어를 보고 한참을 웃었듯이 나를 통쾌하게 하는 오레오 오레오는 까맣고 두 겹의 크레커.





생일파티


겨울이었고 생굴에 군침이 돌아서 저녁메뉴로 정했던 것이 탈이났다. 배가 빵빵해졌고 생굴의 독소는 몸 구석구석을 돌고 있었다. 그래도 야심차게 귤 하나를 까먹고 터질것은 터져라 신호를 기다렸다.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는 밤새 들락달락 독소를 빼내고 빼내고 빼내어서 생일파티는 결국 하지 못했다. 준비해 간 맥주와 과일과 과자부스러기는 테이블에 남아있고 모두들 우울했다. 차례차례 들락달락 생굴은 절대 먹지 말자 다짐하는, 바람이 찬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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