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거야?"
우리는 꽤 자주 다음 생을 꿈꾼다. 여자로 살았다면 남자로 살아 보고 싶고, 태어났더니 아빠가 유명인이고 엄마가 재벌 2세인 황금빛 인생을 상상한다. 애초부터 길을 잘 들었으면 지금의 고리타분한 일 따위 절대 하지 않았으리란 후회가 밀려든다.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위대한 무엇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생에도 이 사람과 결혼할 것인지 심각한 고민이 든다면, 어차피 안 될 일이니 수만 번 태어나도 당신을 알아볼 것이라 당신과 만날 것이라 넉넉히 선심 써주도록 하자.
안타깝게도 누구나 한 번쯤 멋들어지게 살고픈 ‘그’ 다음 생이란 없다. 나라는 모습을 하고 나로서 존재하는 ‘이’ 순간의 삶이 있을 뿐이다. 유일한 방법이라면 오늘부터 새로 태어난 듯이 인생을 살아 보는 것. ‘이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인가?’ 하는 질문이 가슴으로 날아든순간 이미 어제와 같은 자리에 머물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때부터 머무는 것은 고통이다. 각자의 속도는 다르지만, 변화를 감수하고 나아갈 지점에 이른 것이다.
어느 보통날의 아침, 달리기를 하며 나는 그러한 모멘텀을 얻었다. 무얼 시작하든 다시 태어나는 것보다 쉽다. 왜 이번 생에 하고 싶은 일을 다음 생으로 미루려 하는가. 단순한 명제이지만 마음먹기 따라 무엇이든 할 수 있으리란 강렬한 기운을 받았다. 웅덩이에 깊이 고인 후회와 답이 없는 고민을 멈추고 싶었다. 때로는 인생에도 리셋 버튼이 필요하다. 버튼을 누를 결심이 섰다면, 영화 속 시공을 초월한 장면으로 떨어질 준비를 하자. 시계를 돌려도 좋고 아주 환생한 설정도 괜찮다. 그 같은 착각의 힘이 새로 태어난 삶을 양육하는 초기 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