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제5회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서 <9급 공무원 세대>로 은상을 수상하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낸 책, <90년대생이 온다>를 읽어보았다.
책을 읽는 내내,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했고 트렌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00년생이라서 이해가 되거나 공감이 되는 내용도 많았고, 나보다 조금 더 옛날 느낌이 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12년에 기획한 책이다.)
책을 다 읽은 순간, 작가가 90년대생, 즉 그 당시 신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굉장한 노력과 정성을 들였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또, 글을 이렇게 써야 읽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의 메인 타깃인 기성세대를 위해서 쓴 책임에도 불구하고, 90년대생에 초점을 맞춘 만큼 책 자체도 90년대생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유머러스하게 쓰였다.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아울러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은 굉장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80년대생인 작가의 관점에서 90년대생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90년대생의 특징과 더불어 그들이 직장인이 되었을 때, 소비자가 되었을 때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사용설명서와도 같은 책이다.
나 역시 00년생의 관점에서 흔히 말하는 MZ세대들이 어떻게 자라왔는지 적어보고자 한다.
바뀐 것은 세대가 아니라 시대다.
나는 스스로를 황금 티비 세대라고 자부한다. 토요일에는 항상 무한 도전, 일요일에는 1박 2일을 보기 위해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특히 일요일 밤 개그콘서트는 초등학생일 때는 어려서 끝까지 다 보진 못하고 일찍 자야 했고, 중학교 갈 무렵이 되어서야 개그콘서트 밴드의 엔딩곡과 함께 주말이 끝남을 슬퍼했다.
그러나 지금, 텔레비전은 그 자리를 넘겨주었다. '요즘 애들'은 학교에 가서도 티비 이야기보단, 어제 본 유튜브 이야기를 하고, 어제 본 넷플릭스 드라마 이야기를 한다.
유튜브와 OTT 서비스는 방송에 비해 규제나 광고도 덜할뿐더러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대로 볼 수 있는 나만의 텔레비전이 된 것이다.
세대가 바뀐 것이 아니라 시대가, 문화가 바뀌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 중 가장 중요한 특징을 고르자면 정보의 홍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가 넘쳐남으로써 선택된 정보는 살아남고, 선택되지 못한 정보들은 묻히고 만다. 발견조차 되지 않는 정보들이 산더미다.
그리고 그 정보들은 '선택'되기 위해서 더 자극적이고, 시선 끌기 위주가 된다. 기본적으로 '재미'가 없으면 읽히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진지함은 소위 말하는 '진지충', 설교는 '꼰대'로 표현되고 가볍고 유머러스함만 살아남는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뉴스 기사나 브런치 글 역시 제목 어그로, 썸네일 어그로가 넘쳐 나는 현상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점점 긴 글은 죽어가고 있고 짧은 글, 단편적인 재미를 추구하게 된다. 오죽하면 "3줄 이상 안 읽음", "1화 보고 재미없으면 안봄"과 같은 말들이 유행일까.
그리고 이런 짧은 글, 단편적인 재미를 추구하기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이 각종 sns와 커뮤니티다. 대표적으로 내가 고등학생일 때 페이스북이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주변에 페이스북을 안 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페이스북엔 다양한 정보글과 유머글, 인플루언서들이 있었고, 뉴스를 잘 안 보던 나조차 '유사 언론'으로 일컫는 뉴스 기사는 간혹 볼 정도였다. 10대 20대들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는 페이스북 안에 있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지 않아 각종 이유로 페이스북은 망했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시들었고, 그 인기는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갔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강점으로 내세우면서, 스토리, 릴스 등을 활용하여 사용자 본인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조명해주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곳이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위주였다면, 인스타는 사용자가 콘텐츠를 '생산'하기도 쉽고,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 위주였다.
즉, 오프라인 말고도 나를 보여주는 무대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이 온라인 무대는 MZ세대의 소비 습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의 소비는 '가치'가 있어야 했고, '경험'이 있어야 했다. 그래야만 온라인 무대에서 나를 더 잘 보여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식당이나 카페는 '인스타그래머블'해야 했다. 맛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방문 우선순위가 되었다.
흔히들 말하는 '인스타 감성 카페', '분조카'(분위기 조(좋)은 카페)등이 유행하면서 개인 사업장들이 콘셉트와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다.
MZ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전문성보다는 정체성, 개성이 뛰어나야 했다. 남들 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경험 말고, 나만의 경험이 필요했다.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나만 아는 브랜드' 나만의 작은 OO' 등이 유행하게 되었고 1인 브랜드, 스몰 브랜드 역시 주목받게 되었다.
그렇기에 어설픔, 하찮음 등은 오히려 개성이자 유머러스 포인트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1인 브랜드나 스몰 브랜드뿐만 아니라 기업 브랜드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업 브랜드에서는 팝업스토어 운영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팝업 스토어는 한정된 기간 동안 열리고, 한정적인 굿즈를 팔기 때문에 희소성(나만의 OO)을 강조하기도 좋고, MZ세대에게 다양한 경험(인스타에 올릴만한)을 제공하기도 좋았다.
이러한 소비지향적 태도는 MZ에겐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다. 물론 그 배경에는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등의 현실적인 이유도 있을 테지만 이들은 나름 자신의 윤리대로 소비를 하고 있다.
'돈쭐 내다'와 같은 표현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선한 영향력을 주는 자영업자 혹은 기업에게 "장사가 너무 잘 돼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정신 차리지!"라는 식으로 소비를 통해 자신의 윤리를 표현한다.
MZ세대에게 소비는 이제 문화가 되었고, 그들은 자연스레 핵심 소비층이 되었다. 그들은 본인들의 가치관에 맞는 브랜드를 소비함으로써 응원한다.
그렇기에 기업과 개인 브랜드들은 더더욱 MZ들의 취향과 소통에 관심을 기울여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통칭 "요즘 것들 이상해"라는 말을 다들 한 번쯤 말해보거나, 들어보거나, 생각해봤을 것이다. 웃긴 것은 이 말은 비단 오늘날에만 전해오는 말이 아니다.
책에서도 소개되었듯 4000년 전 바빌론 시대 점토판에도 적혀있었고,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 역시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며 말하곤 했다.
심지어는 나와 내 친구들 역시 "요즘 애들은 정말 철이 없다"와 같은 말을 내뱉는다.
그렇다면 정말 과거에 비해 오늘날의 아이들은 더 철없는 말썽꾸러기가 된 것일까?
아니다. 바뀐 것은 세대가 아닌 시대다. 과거에 비해 자유와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세상이 살기 좋아졌다.
그러다 보니 과거보다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거 고생한 기성세대의 노력을 알아주지 못함과 동시에 기성세대 역시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지 못해 세대 간 갈등이 생긴다고 본다.
그렇기에 '요즘 것들'이라고 단정 지어버리거나, '꼰대'라고 불통해버린다면, 우리는 더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90년대생이 온다>의 작가처럼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핵심은 소통이다.
사실 23살인 나조차도 트렌드를 따라가기 벅차다. 워낙 정신없이 훅훅 바뀌기도 하고, 어떨 때는 감성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끌리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모종의 끌림에는 유머가 메인이다. 재미있어야 살아남는다. 소통과 유머 두 가지만 기억하자.
최근,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웃으며 열광하는 아이스크림 광고를 하나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