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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초 Nov 17. 2024

동네 엄마 모임이 불편한 이유

-마녀엄마를 읽고

큰아이 어린이집 친구 엄마들과 몇 달 만에 만났다. 아이들은 이제 4학년이라, '학원'과 '공부'가 주요 관심사였다.


"00는 무슨 학원 다녀?" (나)

"수학은 00, 영어는 00, 태권도랑 피아노 정도 다녀" (아들 친구 엄마 A)

"00 수학학원은 공부 잘해야 들어가는 곳 아니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 아이의 등급이 내 머릿속에 매겨진다.


 "우리 애는 태권도만 다녀. 영어학원은 다니기 싫대서. 학교 선생님이랑 엊그제 상담이었는데 영어를 집에서 좀 가르쳐야겠다고 하시더라." (나)

" 그걸 가만히 놔두면 어떡해. 애는 엄마가 시켜야 공부해. 이제 4학년이면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한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유튜브에서 말했어."(아들 친구 엄마 B)

"싫다는 데 억지로 학원을 보낼 수도 없고. 학교 영어시험 준비해여하니 Line up, please를 철자 틀리지 않도록 집에서 들들 볶으며 달달 외우게 강요할 수도 없고..."(나)


구질 구질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어떻게 보면 궁색한 말들만 주저리 했던 것 같아서 나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내 아이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며, 결국 내 아이를 모욕했다는 자책감이 들어, 하루가 지났는데도 내 머릿속은 죄책감에 가득했다.


 '내가 잘못 키우고 있는 걸까? 공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학원을 안보내면 공부를 안 시키는 걸까? 다니기 싫다는 학원이라도 등 떠밀어야 '좋은' 부모가 되는 걸까'

'다들 알아서 공부 잘하고, 학원에서도 벌써 중학생 과정을 배우는데 우리 아이만 뒤쳐지는 건 아닐까?'

'우리 아이는 선행하는 것도 아니고, 현행 문제집, 그것도 기본 문제집도 어려워서 틀리는데, 내가 아이에게 무얼 기대하는 걸까?'


머리가 어지러워, '마녀엄마'를 집어 들었다.

고려대를 나온 편집자 엄마는, 아들이 만화학과를 가겠다고 재수를 선택했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왜 좋을까?'에서, 공지영 작가의 '즐거운 나의 집'을 인용하며 작가의 생각을 넌지시 말한다.

공부를 잘하면 엄마인 내가 좋다고!

나가서 자랑할 수 있고 자식을 잘 키웠다는 주위 부러움을 살 수 있고 내 고생과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느낌이 들 것 같다. 그래서? 그래서? 그것밖에.

 박노해의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를 읽으며.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지? 반문했다.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왕따인 나에게 친구가 세 명이나 생겨 좋았다. 아이들이 내 곁에 있어 준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이지 않은가? 친구에겐 바라면 안 된다. 나의 가장 친한 벗인 아이들이 행복하면 내가 행복한 거다. 아이들이 다니기 싫어하는 영어학원 따위, 수학성적 따위, 뭐 대수인가.  


다음 모임엔 어느 학원다니는지 묻는 대신, 아이들이 잘 노는지, 뭘하고 지내는지 물어봐야지. 내 아이안부에 대해선 이렇게 대답해야지.


 우리 아들은 학교 즐겁게 다니며  지내고 있어. 친구들을 배려할  알고 집에서는 좋아하는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도 즐길  아는 멋진 아이지. 아주 행복하게  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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