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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초 Nov 22. 2024

엄마의 회사생활

강요받는 친절함

 

 며칠 전 A민원인이 이것저것 요청을 하더니, 그 민원인의 대리인이라는 B가, A에게 말한 것을 본인에게 보고하라, A서류를 본인에게 다시 보내라 했다. A와 B로부터 동시에 업무지시를 받은 나는, 열받은 나머지 B와 고성이 오고 갔고 B는 나에게 두고 보라는 식으로 말하고는 전화를 갑자기 끊어버렸다.(B의 말투가 싹수없게 느껴졌고 많은 업무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던 차에, 이런 일이 터지니 심하게 지쳐있었다고 변명해 본다)


 다음날 다른 팀 상사 C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에게 A의 일처리상황을 물으시더니, 규정에 맞게 일처리 하면 되고 '친절하게만 대하라'라고 하였다. 본인이 이런 전화를 해서 미안하다는 말씀과 함께. 순간, 나는 왜 다른 팀 상사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민원인 응대에 대한 질책을 들어야 하지? 의문이 들었다.


 다음날 우리 팀장은 C에게 전화를 받았다. A 또는 B민원인(민원인을 특정하지 않으셨음)  지역 유지인데, 잡초과장이  민원인에게  친절히 응대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했다. 우리 팀장은 C에게  출신 지역을 언급하며, 잡초과장 사투리 때문에 불친절하게 느껴지셨던  같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으셨다. 순간 나는  억양(사투리)때문에 불친절한 직원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그렇게 전화를 받으면  되는 거였는데, 내가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C 나에게 훈계한 걸로 모자라, 우리 팀장한테 전화해서 직원 교육  시키라고 하는 거지?  업무태도에 대해서 곰곰이 되짚어본 계기가 됨과 동시에 지역 파워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래서?어쩌란 말인가? 단순히 친절함을 요청한 것일까? 친절함을 강요했다면 지역유지라는 말은  흘린 것일까.


그런 전화를 받았다고 굽실거릴 내가 아니지. 오히려 빽 없고 어디 하소연할 데 없는 다른 민원인들에게 더 친절하게, 신속하고 상냥하게 일처리 해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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