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직원이 출장나간 사이, 민원인이 찾아왔다. 내 옆자리 직원 담당 민원인이기에, 내가 응대를 했다. 제출하신 서류를 접수하고 담당자가 추후 연락할 거라 안내했다.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하는데, 여러 가지 사항을 더 물으셨다. 담당자에게 전화로 상담하신 후 접수하시기 바라며, 보통 3월쯤 접수하시면 될 것 같다 안내했다.
민원인이 나가자마자, 차장님이 나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3월이라고 안내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왜 지꾸 3월이라고 얘기해요? 그러면 저분은 기대하잖아요. 시기 같은 것도 담당자가 판단해야 해야죠, 왜 과장님이 얘기합니까?!"
지금은 11월이고, 업무 담당자가 실적을 다 채워서 서류를 안 받는다는 사정을 민원인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보통 3월이면 담당자가 바뀌니 3월쯤 접수하시란 통상의 안내를 한 것뿐인데, 차장님은 호통을 치셨다.
화장실에 가서 당황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돌아왔다. 순간 차장님께 컴퓨터 화면에 차장님이 보낸 쪽지가 도착해 있었다.
"아까는 너무 몰아세우듯 말해서 미안해요. 그런데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담당자가 판단해야지, 과장님이 중간에서 그렇게 말하면 담당자가 곤란해질 수도 있어요."
맞는 말씀을 한 것인데, 왜 나는 그 말이 못내 서운했을까. 차장님과 친하다고 착각했기에 그 말투가 기분 나빴다. 8개월 근무하며 친분이 쌓였다고 생각했기에 차장님의 그말한디가 서러웠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지.
"회사에 사람 사귀러 와요? 일하러 오지. 회사에서 무슨 인간관계를 기대해요?"
그래, 맞다. 업무도 밀려있고 감기 걸린 아이들 병원도 데려가야 하고 밀린 집안일도 해야 하고. 내 코가 석자인데 무슨 회사에서 인간관계를 신경 쓰나.
정신 차리고 내 앞가름이나 잘하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