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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라일락뜨락

#2 봄, 피어나는 우리의 마음

by 하늘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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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그를 만나 <라일락뜨락1956>으로 향했다. 우리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라일락이 만개하는 카페를 찾아간다. 언젠가부터 시작된 것이 연례행사처럼 되어 버렸다. 매년 되풀이되는 그 외출은 특별히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여행하는 기분을 선사한다. 익숙한 공간이 주는 새로움은 신선하면서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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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직후의 오전 시간 카페에는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습기를 머금어 한껏 더 농축된 라일락의 향기가 눅눅한 공기에 실려오는 조용한 공간. 라일락을 앞에 두고 그와 나란히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커피를 마시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이야기가 끝나면 나는 책을, 그는 카메라를 꺼내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사락사락 책장 넘기는 소리와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가 화음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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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라일락을 향해 손을 뻗어 어루만지며 올해도 내게 소중한 시간을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본다. 카페를 나와 골목을 걷는다. 이곳에도 라일락이 풍성하게 피어있다. 은은한 꽃향기가 오래도록 내 발목을 그 골목에 잡아 놓는다. 아쉬운 마음에 몇 번을 돌아보다 겨우 발걸음을 내디뎌본다. 내 손과 코끝에 희미하게 남은 잔향이 벌써부터 그리움이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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