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영어공부 해야겠다.

직장생활 6개월 차 사회 초년생의 우당탕탕 사회생활

by 김나나

하루는 3박 4일의 긴 전시 일정이 있었다. 우리 제품과 장비를 홍보하기 위해 참가한 것이었다. 킨텍스 전체를 사용할 만큼 규모가 큰 전시회였다.


인생 첫 전시 부스를 운영하게 될 참이었다. 물론 나 혼자 가는 게 아니라 팀장님과 함께 가는 것이었지만, 일주일 전부터 긴장되면서도 들떴다. 우리 부스를 방문해 줄 사람들을 위해 나름의 굿즈도 제작했고, 브로슈어와 안내판, 제품 네임택 등을 제작했다.


우리 제품을 활용한 굿즈는 아이디어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기술 유출의 우려가 있어 기각되었다. 아기자기 귀여웠는데 내심 아쉬웠다.


아크릴 거치판에 끼울 간단한 제품 설명서(?)도 제작했다. 기존에는 없던 거라 나름 우리 회사의 CI, BI 로고의 톤 앤 매너를 참고하여 디자인하였다. 팀장님들도, 다른 선임님들도 잘 만들었다며 칭찬해 주셨다.


전시를 진행하면서 느낀 건, 이렇게 설명하는 문구를 따로 만들길 잘했다는 점이었다. 참관하는 분들은 모든 부스를 모두 방문하지 않는다. 본인과 관심사가 맞지 않으면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못 보던 장비와 익숙한 키워드가 눈에 보이면 잠깐 멈추기 마련이다. 그리고 일정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내용을 읽는다.


우리 부스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근처를 지나가던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직접 가까이 확인하기엔 부담스럽고, 하지만 여기가 무슨 부스인지는 궁금한 사람들에게 안내판은 제 역할을 톡톡이 하였다.



규모가 큰 전시회라서 그런지 각국의 바이어들도 많이 보였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영어라면 정말 잼병이다. 어릴 적 도라도라는 그렇게 잘 봤으면서 영어는 왜 입 밖으로 안 나오는지, 학창 시절 죽어라 외웠던 영단어들 하물며 쉬운 영단어들도 왜 이리 입 밖으로 안 나오는지 도통 모르겠다.


외국인 바이어가 처음으로 우리 부스를 방문했을 때 나는 바짝 긴장했다. 나에게 쏼라 쏼라 물어보는 이 남자가 하는 말 중에서 아는 단어만 쏙쏙 골라 들어 나름대로 해석해 나갔다.(what, device, use, hospital, certification 등등..) 대충 어디에 쓰이고, 인증받은 장비인지 물어보는 것 같았다.


문장으로 해줄 수 있으면 정말 좋았겠건만.. 아는 단어들만 띄엄띄엄 말해줬다.

"디스 디바이스 캔트 유즈 하스피럴!! 노 서티피케이션 옛! 벗 윌 비 순! 메이비 어거스트!"

그리고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말해주었다.

"유 스왑 샘플, 앤드 인젝션! 앤드 디바이스 런! 유 웨잇 포티 미닛, 댄 윌 비 던!"


자신 있게 말해놓고 나의 초등영어 수준에 눈을 질끈 감았다.


다행히 뜻이 통했는지 명함을 주고 갔다.

땡큐쏘마치 하고 받았다. 정말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다. 방명록에 명함을 기록하곤 정말 깨달았다. 영어는 정말 기본이구나. 비즈니스 영어는 몰라도, 적어도 장비를 설명할 수 있는 스크립트는 사전에 준비해 가야겠구나 깨달았다. 왜냐하면 그 이후에도 하루에 평균 5명의 외국인이 방문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나는 숙소에 들어가서 우리 장비와 제품을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을 싹 적고, Chat GPT를 통해 영문으로 번역했다. 번역하고 보니 어려운 문장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 유치원생 때부터 접했던 주입식 교육이 어디 갈 리가 없다. 당장 내일 써먹어야 하고,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아주 술술 외워졌다. 업무를 하며 매일같이 접했던 영단어라서 더 그런 것 같다.


영어를 해야지, 해야지 마음만 먹었는데 이렇게 뼈저리게 느끼게 되니 빨리 집에 복귀해서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졌다. 첫 번째는 내가 이 회사에서 자주 쓸 말들을 미리 gpt로 번역하여 외우기로 맘먹었다.


변수는 3박 4일의 출장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게으른 본래의 나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sticker stic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