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레멘음악대 #16 제작 비화>
보통 곡을 만들기 시작하면, 오디오인터페이스에 헤드폰을 꽂고 로직에 떠 있는 수많은 플러그인과 트랙들을 상대로 몇 시간을 씨름한다. 음악 전문학교나 학원에서 믹싱에 대해서 따로 배운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니 작업속도는 느리고, 헤드폰을 쓰고 있는 시간은 늘어만 가고... 귀가 아파서 헤드폰을 벗게 된다. 아, 1시간 가까이 헤드폰을 쓰고 작업한 경우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귀가 피로해지지 않는다. 오래 듣는다고 스윗스팟이 나오지도 않거니와 무식하게 오랫동안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내가 직접 경험했다. 믹싱이 끝난 후 정말 처참한 결과물을 느낄 수가 있다. 이게 뭐지 싶고 그동안 소비했던 시간이 산산이 먼지처럼 흩날리는 기분을 아는가. 휴식이 정말로 중요하다.
이렇게 헤드폰을 빼고 휴식을 취할 때면, 벌써 시계는 새벽 2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남들은 다음날을 위해서 숙면을 취하거나 배를 긁고 뒤척이며 코를 골고 있는 시간이다. 분명 나는 속세에 살고 있는데 열반해서 다른 세상에 속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귀에는 숨구멍이라도 있는 것인지 고막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기분이 든다. 유리창 너머로 전해지는 경찰차의 사이렌을 듣고 있노라면 그제야 이곳이 현실인지 안다.
그리고 정말 밀물처럼 몰아치는 '현자 타임'. 위 컷 그대로의 생각들이 10분 정도는 내 주위를 뱅글뱅글 맴돈다. 그건 글로 정리해서 나열할 수 없는 무질서한 것들이다. 패턴 없는 그물망 속에 내 불완전한 감상들이 월척처럼 낚이어 파닥대는 것이다. 세상이라는 어시장에 내다 팔기에는 가치가 1원도 되지 않는 것들.
정말 불행이자 다행인 점이 있다면, 나는 정말 진심으로 생각이 깊고 넓지 못하다. 저런 불안한 생각들도 10분에서 20분이면 사그라든다. 사려 깊은 생각도 길게 못하는데 힘든 생각이나 고민도 마찬가지로 오래 못한다. 무념무상을 내 삶의 모토로 삼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지내는 것이 내겐 제일 편하다. 이겨내야겠다는 생각이 아닌, 힘든 생각도 귀찮다는 마음이 나의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그런 마음을 가진 분들이 있을까? 아이러니하다. 인간은 참으로 모순된 존재다.
그래. 그렇게 로직과 나만이 남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