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방이 생겼을 때, 나는 정말 행복했다.
누구의 간섭 없이 책도 읽고 게임도 하고 끄적끄적거리고 나만의 세상에서 마냥 행복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엄마의 등장으로 금방 사라질 행복이었다.
나의 방을 보시고 등짝스매시가 절로 나왔고 난 열심히 치우는 척을 해야 했다.
솔직히 나는 정리하는 것을 못한다.
아니 나는 나만의 정리가 있고 그 규칙 안에서 나의 물건들은 자신들의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지저분 그 자체이다.
어른이 되고(아직 덜 되었나?) 결혼을 하고 두 아이가 태어났지만 나의 그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아이가 태어나서 신생아부터 돌 때까지만 나는 깔끔쟁이라는 코스프레를 했고 아이들의 어느 정도 자라고 나니 다시 예전 버릇이 나왔다.
솔직히 나는 남편이 이렇게 깔끔한 사람인 줄 몰랐다.
연애 6년을 하고 결혼 10년 차! 16년을 알아가고 있는데 알아가는 것 중에서 가장 신기한 것이 바로 깔끔함이다. 처음에는 나도 최선을 다해서 깔끔하게 살아가려고 노력을 했다.
남편님~^^ 난 최선을 다했어요~~
그런데 요즘 나도 조금씩을 바뀌어 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아이들이 사용한 것들을 제자리에 두지 않고 지저분하게 놓으면 그렇게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남편과 살면서 나도 조금은 깔끔쟁이가 되어가고 있나 보다.
하지만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의 학교와 어린이집에 가서 아무도 없는 집에서는 세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집순이는 녹아내린 찹쌀떡처럼 흐물떡 거리고 뒹굴 뒹굴! 아이들 오기 전에 치우지 뭐~ 하면서 온 거실을 쓰레기더미로 만들어 놓는다. 개버릇 누구 안 준다고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집에 오기 30분 전!! 엄청난 파워로 깨끗하게 청소를 해 놓는다.
이것이 엄마의 힘인가?
결국 집순이는 더럽고 엄마는 깨끗하다.
이런 결론이 나왔다.
오늘은 독감에 걸린 아이들이 집에 있어서 엄마모드이다.
엄마모드로 시작한 거실 매트 청소! 온몸이 부서질 듯 아프지만 해야 하니 힘을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