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죽지않는 삶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세상에 태어난 후 언젠가는 이 세상과 이별하여 우주의 미립자가 되어 영원히 세상과 작별한다. 혹자들은 이야기한다. 우리가 살고있는 지금의 세상은 허울뿐인 공간이고, 진짜 세상은 죽고난 후 펼쳐지는 사후세계라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도 죽음 이 후 벌어지는 세상은 알 수 없고, 죽은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은 죽은 사람들 자신이 아닌 남아있는 가족들의 몫이다.
['A.I기술'과 '네버랜드']
A.I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요즘, 어린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의뢰한 ‘바이리’와 사고로 누워있는 남자친구 ‘태주’를 ‘원더랜드’에서 우주인으로 복원해 행복한 일상을 나누는 ‘정인 등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원더랜드에 자신의 가족들을 소환한다. 그리고 그 가족들은 원더랜드라는 공간에서 또 다른 일상을 살아가게 된다.
다이나믹듀오의 고백은 거의 20년 전에 발표된 다이나믹듀오의 2집 앨범인데, 노래가사가 아직까지도 와닿는 노래이다. 노래가사를 살펴보면,
난 핸들이 고장 난 8(eight)톤 트럭 내 인생은 언제나 삐딱선 세상이란 학교에 입학 전 나는 꿈이라는 보물 찾아 유랑하는 해적선(중략) 난 수염 난 피터팬 With my 팅커벨 음악 숲에 숨어 모험을 하는 내 삶이 네버랜드라고 생각 했던 것도 잠시 세월이란 독약을 마신 후 세상을 보는 내 눈이 바뀌어 내 look도 바뀌어 욕심도 살쪄 (후략)
우리가 살고있는 곳이 정말 원더랜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가끔 우리는 다이나믹듀오의 고백처럼 우리가 원하는 '네버랜드'라는 세상이 더 이상 유토피아 같은 '원더랜드'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모든 것이 있다고 믿었던 '네버랜드'에 가보니까, 내가 생각했던 '원더랜드'가 더 이상 아니라고 생각하면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않는 '네버랜드'가 되고말 것이다.
['피터팬증후군'과 '추억']
영화 속 원더랜드에 살아가고 있는 A.I사람들은 원더랜드 세계에 안주하며, 더 이상 원더랜드를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당연히 원더랜드를 떠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것이다. 영화 속 원더랜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바이리'는 친구같은 엄마가 되고싶어 하지만, 실제 세상에서는 만날 수 없는 사실때문에 딸 지아를 만날 수 없다.
동화 피터팬은 영국의 소설가이며 극작가인 제임스 메슈베리경이 1904년 발표한 연극 <피터 팬: 자라지 않는 아이>를 1911년에 소설화한 <피터와 웬디>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이름이고, 네버랜드 하면 생각나는 세계적인 동화이다. 피터팬에서 주인공 피터팬과 친구들은 어른이 되고싶어하는 것을 두려워 한다. 그래서 친구 웬디 및 다른 친구들과 함께 네버랜드에서 영원히 어린이로 남고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동화 '피터팬' 에서도 그렇고, 현실 속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만 자신의 기억 속 소충한 추억이 있었던 시절로 돌아가거나 영원히 그 시절로 머물고 싶어하지만, 그렇게 영원히 머물 수 없고, 영화에서도 영원히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원더랜드에 살 수는 없다. A.I와 가상현실이 발달한 요즘 내가 죽은 후 원더랜드라는 공간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정말 나 일까? 아니면 나의 생각을 옮겨놓은 하나의 A.I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작년과 재작년에 다중 우주 및 멀티버스라는 영화장르가 유행해서 또 다른 우주에 내가 아닌 나와 같은 존재가 있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의 나는 지금의 내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죽고난 다음에 가족들에 의해서 원더랜드라는 공간에 다시 살아가게 된다면, 그 사람은 자신이 언젠가 죽었었고 기억을 옮긴 A.I라는 사실을 알게되는 순간부터 큰 상심에 빠질 것이다. 추억은 복제가 아닌 그 자체로 소중한 기억을 이미지와 영상으로 남기고 있을 때,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더 소중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자각' 그리고 '상실감']
영화속에서 주인공 A.I격인 '바이리'가 자신이 죽은 후 원더랜드에서 다시 살아났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그리고 태주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후 자신과 똑닮은 아바타가 원더랜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부터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아마도, TV나 유튜브등에서 이미 죽은사람을 대상으로 기억을 옮겨서 아바타로 부활시키는 방법들을 많이 소개했지만, 역기능에 대해서는 잘 알려주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진짜 현실이 아니라고 믿는 순간 밀려오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알고있는 사실이 어느 날 잘못 알고 있다고 느꼈을 때 심한 상실감을 느끼게되고, 내가 있는 세상과 나 자신이 진짜가 아니라고 느끼는 순간 그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A.I 서비스의 한계점과 본질']
영화 원더랜드는 분명 소재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렇다고 아주 잘 만든 영화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설계자보다는 마음의 울림이 있었으니 그래도 영화가 좋았다고 할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원더랜드의 한계점은 사후 A.I 복원 서비스의 장점보다도 단점이 더 많다는 서비스 자체의 문제점이다. 이미 TV나 유튜브 등에서도 소개가 되었고, 영화 속에서도 '바이리'의 딸 '지아'가 엄마의 죽음을 인지못하고 엄마를 찾아가려는 장면이 등장하는 부분은 앞으로 실제로 이러한 서비스가 시행되었을 때 문제점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한 때 자율주행 자동차가 많이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실제로, 테스트를 해보고 사용해보니 장점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치명적인 오류 및 단점도 존재한다는 점에 있다.
우리가 죽은 사람을 기억할 때는 그 사람 본질 자체를 기억해야지 그와 닮은 또 다른 형태를 기억하게 되면 언젠가는 더 큰 문제점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사람이 죽은 후 살아있을 때의 형태를 기억하는 것은 좋지만 그 기억까지도 작은 공간에 가두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남아 있는 자들의 집착에서 시작된 추억만들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주변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원하는 원더랜드가 무엇인지 평소에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