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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터치 Jul 04. 2024

영국일기 34) 속 터지는 영국의 가이드라인



영국은 모든 일에 절차가 엄청 많다. 안전, 건강 대한 가이드라인도 엄격하다. 그러다 보니 일이 한국처럼 빠르게 진행될 수가 없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더 빠르게 일을 끝낼 수 있음에도 절차 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이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최근 아리셀 배터리 공장에 화재가 발생에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사고를 바탕으로 BBC는 ‘첨단 기술이 발달한 한국, 대형사고가 끊이질 않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BBC가 한국의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발견한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째는 ‘안전 매뉴얼의 근본적인 부족으로 발생되는 부실한 교육과 숙지, 그리고 초동대처의 미숙함’. 그리고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미흡한 안전교육 그리고 이에 대한 지원. (실제로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교육예산을 삭감되었다.)


한국의 산재 사고 사망률은 독일과 일본의 3.5배 영국에는 14배에 달한다. (물론 금융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영국이기에 허수는 존재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이 영국의 깐깐하고 복잡한 매뉴얼을 가지고 온다고 해서, 이 상황이 나아질까. 나는 잘 모르겠다.  설령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매뉴얼이 지켜지는 사업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마감기한을 지키기 위해, 하청관계를 유지하기 처절하게 위해 경쟁해야 하는 한국의 산업 구조에서는 안전수칙은 생략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문제가 일어날 경우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청을 주는 본청과 하청의 관계가 수정되지 않는다면, 영국의 시스템 같은 매뉴얼이 도입되더라도 효과는 무의미할 것이다. 


내가 경험한 바, 군대에서 1년 간 지뢰제거 작전에 투입이 됐었는데, 당시 영국군에서 사용하는 SOP를 참고한 지뢰제거 SOP가 새롭게 도입되었다. 기존에 배웠던 지뢰제거 작전 방식과 비교했을 때, 병사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많았다. 하지만, 경사가 가파르고 나무가 많은 한국의 산악 지형에는 맞지 않았고, 안전장치들은 병사들에게 거추장스러운 짐으로 여겨졌다. 무엇보다, 우리가 영국군의 SOP를 그대로 따라 할 수 없었던 것은 상급 부대의 작전 완수 압박이었다. 온전하게 따르면서, 상급부대가 원하는 기한을 맞추는 것은 일개 병사인 내가 봐도 어려워 보였다. 몸에 맞지 않는 작전과 압박으로 인해, 마감기한에 다다를수록 절차는 유명무실 해질 때가 많았다. 내가 앞서 말한 이야기 즉, 장치만으로는 위 문제를 해결할 없다는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은 200년 전부터 노동문제에 다뤄온 나라이다. 반면 한국의 산업화는 다른 나라에 비해, 4분의 1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여기까지 왔다. 그들이 200년간 축적해 온 데이터 베이스를 참고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도 함께 바라보는 해결방안 제안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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