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은 영웅이었다
이게 얼마 만인가? 너무 오랜만이어서인지 몹시 설렜다.
엊그제는 ‘가왕’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방송을 보고, 벅찬 감동에 젖어 눈물을 주르륵주르륵 흘렀다. 음악의 힘은 강했다. 위대했다. 가수 조용필은 영웅이었다. 76세라는데, 이렇게 멋질 수가 있을까? 또렷이 전해지는 뭉클함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었다.
나는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를 선곡했다. 철학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삶의 고통과 실패 그리고 사랑의 의미를 담은 노랫말이 좋았고 들을 때의 더 깊은 울림이 커 떼창을 했기에 맘껏 불러보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부르려니 쉽지 않았다. 조용필의 목소리는 짱짱했는데, 내 목소리는 이상하게 삑사리가 나고 목구멍으로 자꾸 기어들어 갔다. 과하게 의욕을 보여봤지만, 가왕 조용필의 목소리를 따라갈 수 없었다. 제법 노래께나 부른다고 자만했는데 이런. ‘아마 연습(練習)이 부족해서일 거야’라고 애써 변명했다.
조용필은 57년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비결로 연습을 꼽았었다. “목소리는 노래하지 않으면 늙기 때문에 단단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라며,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연습을 ‘빡시게’ 한다”라고 했다. 절제된 프로 가수의 저력(底力)을 적나라하게 엿볼 수 있었다.
노래연습장 사장님께서는 한 시간의 예약 연습 시간이 지났는데 두 시간을 더 주셨다. 우리 일곱 사람은 무려 세 시간 동안 맘껏 노래했다. 쭈빗쭈빗 삐끗거렸던 목소리가 차츰 풀려 메들리(medley) 노래를 부르며 온 몸을 움직여댔다. 그간 묵힌 스트레스(stress)를 모조리 풀어 버린 것 같았다.
이곳저곳 연습실을 둘러보니 텅 비었다. 몹시 안타까웠다. 요즘 대한민국에 불황, 불경기가 심한 건 알았지만, 이렇게 쓸쓸할 수가. 하루빨리 불황에서 벗어나 경제 활력을 되찾을 날이 오길 소망해 본다. 그래서 사람들이 오픈 런(open run)하며 노래연습장에서 맘껏 노래를 부르고, 조용필의 콘서트를 보며 전 국민이 행복하게 떼창 할 수 있기를 바란다.